신평에다 조그만 문방구를 차렸다.
집세 낼 날짜는 다달이 어김없이 돌아오는데 장사는 안 되고
재고는 쌓이고 그야말로 식구들 입에 거미줄을 칠 지경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장입네 하고 넥타이 메고 꺼떡거리던
놈이 하루아침에 눈이 멀어 끼니 걱정을 해야 하다니, 사람들
만나기가 싫었고 신경을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동사무소를 찾아 갔더니
학장동 임대 아파트를 알선 해주었다.
학장으로 이사를 하고 팔다 남은 문구류는 리어카르 하고 나서
앵글로 선반을 만들어 그 위에 싣고 아파트를 입구에서 장사를 했다.
관리실에서 장사를 못하게 해서 여기저기 쫒겨 다니다가 입구
한 모퉁이에 자리를 잡았다.
공책, 도화지, 등 종이류는 너무 무거워
리어카를 밀고 다니기가 힘이 들어 나중에는 경운기를 하나 구해
그 위에 싣고 다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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