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지압원을 방문하는 손님이 오늘은 침대에 눕자마자
"원장님, 오늘은 거칠게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라고 말한다.
나는 손님이 원하는 대로 무릎으로 세게 또는 거칠게 반복하며
지압을 한다.
그러다 보면 나의 예감으로 아픈 것 같은데 손님이 한참 참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손님은 "아~ 원장님, 거칠게 하지 말고 부드럽게
해 주세요." 하며 결국 아프다고 소리를 있는대로 질러 버린다.
나는 그럴 때면 약간의 장난기가 발동해 '그래 어디 맛 좀 봐라.'
며 세게 하며 약을 올리기도 한다.
언젠가 속으로 웃으며 부드럽게 지압을 하고 있는데 한 손님은
또 뭔가를 부탁했다.
"원장님, 위에 많이 하지 말고 밑에 많이 해 주세요."
어감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밑으로는 하체 쪽에 흔히 말
하는 다리를 많이 해 달라는 뜻이었다.
또 이 손님은 지압원에 올 때는 자기 얼굴 반을 차지할 만큼 큰
선글라스를 쓰고 옆구리에 수건을 한 장 두르고 오는데 사람들이
모두 자기만 쳐다본다고 했다.
나는 제발 수건을 들고 오지마라 이르면서 오해할 수도 있다 하면서
말을 해보지만, 내 말은 듣지 않고 지금도 올 때마다 수건을 들고
다니는 걸 잊지 않는다.
그래 그냥두자. 저리 살다가 죽도록 하면서 이제는 갖고 오든지
말든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어쩌면 손님은 내가 늘 허튼 마음
으로 치료하는 사람이 아님을 잘 알기에 그러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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