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한 밤에 손님이 방문했다.
문이 열리고 입구에 인기척이 났다. 누구세요? 하면서 물었지만,
대답이 없었다.
나는 긴장이 되면서 머리카락이 바짝 서버렸다.
재차 물어도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순간 방어태세를 취했다. 내 머릿속에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생각해
야 옳았다.
말을 안 하니 누군지는 알 수가 없고 나를 해칠 사람인지 손님인지 알 수가 없
었다.
잠깐의 정적이 차갑게 그대로 감돌았다.
상대는 한 참 후에야 말을 걸었다. 옆집에 사는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사람
이었다.
격앙된 목소리로 장난을 이런 식으로 하면 내가 놀라고 기분 나쁘다고 하였
다.
왜 그런 식의 장난을 치느냐고 물으니 원장님이 보이는지 보이지 않는지를
알아보려고 그랬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으니 그 사람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앞으로는 그런 장난하지 말라고 하면서 보이는데 안 보이는 척 할 이유가 없
지 않느냐고 물으며 나무랬다.
사람들은 상대방의 궁금증을 해소하려고 상대의 아픈 곳은 전혀 배려할 줄
모르니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픈 마음을 위로해 주지는 못 할 망정 자꾸 아픈 곳을 찌르니 그 사람은
다음 번에도 왔는데 또 다시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그에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리 배려가 없는 그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플 뿐이다. 세상이 아무리 험하다
고 하지만 이렇게 우리를 시험하려 든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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