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9시 가까운 시간이었다.
전화벨이 울렸지만 가능하면 늦은 시간에는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지압원을 하다 보니 황당한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에서 전화를 하여 몇 번 울리다 받지 않으면 끊는 것이 보통인데
그 날은 끊지도 않고 계속해서 전화가 울려 무엇인가 다급한 전화일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고 보니 정말 급한 환자였다.
고객이 아주 다급한 목소리로 일을 하다가 허리를 삐끗했는데
늦은 시간에 갈 때도 마땅한 곳이 없으니 치료를 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을 하는데 치료를 하는 사람으로서 차마 외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치료를 해 주기로 하고 밤중이라 차 잡기도 힘드니 자비콜을
불러서 타고 오면 빠르게 올 수 있을 것이라며 자비콜을 타고
지압원으로 오게 하였다.
한참을 지나 전화벨이 울려서 받아보니 자비콜 기사라며 약손지압원을
처음 가는 곳이라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치를 한번 더 설명해 주었다.
수빈복국집 맞은편 건물에 약손지압원이 있다고 하니 이제야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도대체가 온다는 사람은 오지를 않고 한참 뒤 또 다시 기사의
전화가 걸려와 수빈복국집 2층이냐고 묻는 것이다.
"아니 복국집에는 뭐 하러 갔어요. 혹시 저녁 먹으러 거기 갔나요?"나는
약간 큰소리로 말을 하면서 다시 맞은편 건물에 있다고 하니 이제야
위치를 안 모양이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압원 문이 열리면서 한 사람이 누군가의 부축을 받으며 올라오는
것 같은데 그 사람은 체면을 무릅쓰고 비명을 질러되며 기어서
들어오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침대까지 가기도 힘들었는지 그냥 바닥에 들어 누워버렸다.
자비콜 기사는 손님을 지압원까지 부축해 주고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아프다고 야단인데 보이는 게 없으니 상항판단이 잘 되지 않아 겨우
침대까지 부축하여 엎드리게 하고 시술을 시작하였다.
그 사람은 지압하는 내내 아프다고 으~으~ 소리를 내며 온갖
상을 찌푸리고 있는 것 같았다.
증상이 심해서 인지 지압을 하여도 큰 호전반응이 없어서 연이어
침시 술을 시도하였다.
침을 몇 군데를 꽂으니 아프다고 불만스럽게 말하기에 침시술을 하면
통증이 빨리 해소될 것이다며 안심시키고 나서 계속적으로 침으로
통증을 다스렸다.
잠시 후 손님은 물이 먹고 싶다고 하여 정수기 물을 한 컵 가져다주었으나
이번에는 나를 보고 소변이 마렵다고 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할지 정말
진퇴양란이었다.
침을 꽂은 상태에서 침을 제거할 수도 없고 조금 참을 수 있겠냐고
물으니 지금 당장이라도 나올 것 같다고 하는데 치료실을 운영한지
10년이 되어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나는 할 수없이 큰 양동이를 가져다주면서 그곳에 소변을 보라고 했다.
손님은 허리를 힘겹게 겨우 움직이면서 소변을 보는데 그 소리가
어떻게나 크던지, 나는 마음속으로 강쇠가 따로 없구나 싶어 빙그레
웃고 있으니 자신의 처지나 원장이 보고 있는 본인 자신도 멋쩍고
미안하고 부끄러운지 본인도 기가 차는 모양이었다.
이제 볼 일은 봤으니 나는 빨리 양동이를 치우려고 손님 옆으로 와서
앉아 바닥에 손을 대보니 손에 물이 닿았는데 나는 순간 이것이 뭐고
하면서 손을 쳐다보고 있으니 그 강쇠는 "그게 오줌입니다."하며
멋쩍게 말했다.
좀 전 소변을 볼 때 양동이에 바로 안보고 밖에 흘린 모양인데 보이지
않으니 손에 묻은 것이다.
나는 '강쇠가 맞기는 맞는가 보네. 양동이 밖에까지 넘치니 말이다.'
나는 할 수없이 걸레를 가져와 바닥을 닦으니 강쇠손님은 미안한지
나에게 "속으로 괜히 오라고 했네 하며 후회하지요?"라며 묻는 것이다.
"몸이 불편하니 어쩔 수 있나요." 하며 괜찮다고 말하니 손님강쇠는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나는 최선을 다하여 치료를 해 주었다.
강쇠손님은 지압과 침술이 끝나고 보니 통증도 약해지고, 처음보다
많이 완화되었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겠기에 혼자서 택시를 타기가
부담스러울 것 같아 자비콜센타 아가씨에게 부탁을 하여 기사분이
지압원 2층까지 와서 강쇠손님을 부축하여 데리고 갔다.
강쇠손님은 혼자서 무사히 집으로 잘 갈 것인지 신경도 쓰였다.
지압을 오래하니 별 일도 다 있었다.
손님 소변까지 받아 주는 일 등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있다.
내가 보이지 않는 것을 안, 강쇠는 마음 놓고 소변을 보다가 흘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치료를 받고 간 강쇠는 허리가 다 나은 것인지 아니면 창피해서
못 오는 것인지, 그것은 강쇠만이 알고 있을 것이며, 이로서 쓰러진
강쇠는 그 날 이후로 아예 모습조차 보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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