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맑은 날 여자 손님이 지압원을 방문했다. 치료를 해 주면서 처음 온 것 같아서 내가 물었다. "어디서 왔습니까?" 하니 안창 절에서 왔다 했다. 그러면 절에서 일하시는 거냐고 물으니 엎드려 있던 손님이 벌떡 일어나면서 가만히 듣고 보니 대뜸 기분 나쁘다는 거였다. 이 상황에서 누구인들 황당하지 않을 수 있는가. 왜 그러냐고 했더니 "아니 머리 깍은 것 보면 모르냐." 하면서
상기되어 얼굴색이 변해갔다. "제가 뵈는 것도 없는데 머리 보면 우째 아는교."하고 묻자
그가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참말입니까?” “참말이지. 내가 볼 때는 멀쩡하게 생겼다.”하고 답을 주어도
여전히 믿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그 여자 손님은 지방 어느 사찰에서 공부하는 비구니 스님이라고 했다. 그 후로 몆 번 치료을 하다 보니 궁금증에 대한 모든 것들이
확실히 풀렸단다. 가끔은 그 비구니 스님의 소식이 궁금할 때가 있다. 그 스님은 지금도 공부 잘하고 있을까.
방학 때 다시 찾아온다고 하고 돌아갔다. 스님 말에 의하면 주지스님에게 허리가 아파서 지압원에 갔다 와야
겠다고 말씀을 드리니 주지스님이 하시는 말씀인즉, 비구니스님은
남자가 하는 지압원에서 지압 받으면 안 된다고 하여 차일피일 미루다가
여기 지압원을 방문하게 되었다고 했다. 주지스님에게는 다른 볼 일 보러갔다 온다며 거짓말을 하고
몰래왔다는 거였다. 여긴 수녀님도 오고 목사님도 오는 여러 층의 사람들이 아파서 오는 곳이고 병원은 남자 의사선생이 없느냐고 했더니 그 말에 공감하는지
"그렇지요."하고는 웃었다. 아프면 어디든지 가서 치료를 해야지, 그냥 놔두면 병을 키우게 되고
결국에는 텃밭 일이나 절 일을 하지 못하니 말이다. 아프면 그 무엇도 불가능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 비구니스님은 주지스님 모르게 지압원에 치료가야 한다고
거짓말을 하려니 차마 그 말을 하지 못하고 고생 꽤나 하는 모양이다.
아프면 무엇이 덕이 되는가 말이다. 우선 아프지 않음이 가장 행복한 일임은 아파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어쩌면 정상인들이 장애인들의 고통을 깨닫지 못함도 아파보지
않은 이유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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