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들의 눈 역할을 하는 지팡이가 못쓰게 되면
그냥 버리지 않는다.
가게나 집이 나가지 않을 때에 지팡이를 집 안에 걸어 놓으면
매매가 잘된다는 속설 때문인지 나에게 지팡이를 달라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하루는 손님이 자기 집이 2년이 지나도 팔리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문득 생각이 스쳤다.
‘아차! 그래 지팡이를 걸어 놓으면 집이 잘 팔린다고 하였지.’
내 말을 믿어도 되고 믿지 않아도 된다면서 흰 지팡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더니 한번 해 보겠다고 했다.
지팡이를 어떻게 하라고 일러 주었다.
그 다음부터 점차 집에 관한 문의가 자주 오더니 일주일쯤 되자
집이 팔렸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효과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그 집주인은 마지막 잔금줄 때까지 걸어 놓았으며 일의 잘 풀리자
미신은 믿지 않는데 안 팔리든 집의 계약이 성사되고 하니 신기한
듯 이제는 지팡이 근처에 가족들을 못 가게 한다는 것이다.
지팡이에 손대면 부정탈까 노심초사하면서 신주단지 모시듯이
하였다 한다.
잔금이 치러지고 본인들이 원하던 새집으로 이사를 했다고 좋아하였다.
그 손님은 봉투에 약간의 돈과 음료수를 가지고 와서 나에게 인사를 했다.
나 역시도 집이 팔려서 새집으로 이사를 갔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그 후에 나에게 지팡이를 가져 간 몇몇 사람들로부터 가옥매매가 빨리
되었다는 연락을 받곤한다.
그 소문을 듣고 여러 사람들이 지팡이의 효험이라고 생각하고
대부분 상가의 매매나 집이 잘 팔릴 줄로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팡이가 갑자기 귀하게 여겨지게 되었다.
그리고 새것은 효력이 없다는 설도 있다.
지팡이를 쓰고 난 손때 묻은 것이어야 힘을 발휘하는 모양이다.
참 재미있는 경험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런 경우 어디에 근거를 두었는지는 알 수는 없었으나
흰 지팡이의 신통력이 모든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는지는
나도 알 수가 없다.
믿거나 말거나 본인들의 생각이 아니겠는가.
아무래도 좋은 일을 많이 한사람들이 효과를 보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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