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일을 마치고 아내하고 집에 가려고 하니
누군가가 문을 똑똑 두드리면서 문이 열렸다. 영구였다.
"샘, 오늘 집에 가는 날입니까?" 했다.
집에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영구씨, 오늘은 개털이 꼭 나일론 빗자루 듬성듬성 빠진 것처럼 엉망이네.
뭔 일이고! 저번엔 개털에 뭣을 잔뜩 묻히가 허연게 얼룩얼룩 하더만
그 자존심이 주인 잘못 만나서 개털이 살고 싶겠나?" 하니
"아이고! 말도마소! 집사람이 장사는 뒷전이고 맨날 놀다가
오는 줄 알고 벼락같이 달려들어 내 수염을 이렇게 군데군데 뽑혀서
그렇다 아입니까!"라고 턱을 내밀었다.
"가만, 가만, 원장님! 오늘은 잘 보입니까?"
"아, 내 코털 뽑힌 것 어떻게 알아노? 아무래도 원장님은 짜가(가짜)가 아입니까?"한다.
"척하면, 삼척이지! 영구씨 개털 보면 알 수가 있다 아이가." 하면서
"토요일은 집에 가는 날인데, 아내가 와 있는 것 보면 모르겠나." 하면서 핀잔을 주었다.
"원장님, 내가 영구씨를 모르나요." 한다.
"아참 영구지, 맹구 같으면 알 것인데 그래도 맹구보다야
영구가 더 똑똑한 것을 원장님은 모르니까...."
영구씨 하고 같이 있다가는 집에 언제갈지 모르겠다 싶어 2층을 내려와
지압원 앞에서 차도까지 함께 와서 나는 아내하고
자비콜 택시를 탔다.
아내가 그 코털 빠진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과일장사 영구씨다."
그랬더니 아내가,
"꼭 생긴 것은 원숭이처럼 생겨 가지고, 과일 팔면 과일 맛 떨어지겠다."
고 하였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여태까지 내가 사다 준 과일이 영구과일인데 잘 먹어 놓고...' 잘못하면 영구과
일이 내 집사람에 의해 우리집 과일이 다른 집 과일로 옮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 있는데 다행이 그래도 과일 사오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다.
차마 영구씨에게 콧수염은 자존심이라는데 아내가 한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아침마다 관리한다는 그 잘난 코털이 자기 자존심이라나 머라나...
오늘도 영구씨 어디서 놀다가 집에 가면
성난 마누라한테 그 콧털이 온전할 것인지 월요일이 궁궁해지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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