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화 공장 불 질러뿐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만호 작성일25-06-30 14:20 조회7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동문방구 앞에 차가 한 대 와서 섰다. 나는 누군지 알 수가 없었는데 자동차 문 여는 소리가 들리고 한 사람이 나에게 다가왔다.
“누구시오?” 하고 물었다.
“체육복 공장에서 왔습니다.” 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호라. 공장에 불 지르겠다고 하니 따지러 왔군. 어디 한 판 붙어보자.’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공격태세를 취했다. 그런데 남자가 말했다.
“저는 공장장입니다. 체육복 있는 대로 가져왔으니 잘 파시고 모자라면 나중에 더 주문하십시오. 얼마든지 더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어찌된 일인가 어리둥절했다. 아마도 내 진심이 통했던 모양이었다. 거칠게 한 것이 미안했다. 하지만 내가 원래 거친 게 아니라 주위 환경이 나를 거칠게 만들고 있다는 걸 공장장도 이해했기 때문에 물건을 가져다 준 것 같았다.
그 뒤로 동아체육복 공장 사장 정현배 씨와도 잘 지내게 되었다. 그는 시간 날 때마다 커피를 가지고 우리 이동문방구에 들르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가곤 했다. 체육복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살펴서 충분히 갖다 주었다. 나보다 두 살 많은 그는 그때의 인연으로 지금까지도 지압원에 자주 놀러온다. 그는 올 때마다 집사람이나 손님들에게 말한다.
“저 원장 성질 더럽습니다. 체육복 안 준다고 공장에 불낸다고 한 사람이에요.” 하면서 옛날 일을 웃으며 이야기한다. 그러면 모두들 웃곤 한다. 인생의 뒤안길에서 어려운 시절을 이야기하며 웃을 수 있다는 것은 열심히 살아온 삶의 소중한 추억이다.
(계속)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