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판을 양손으로 잡은 채 만호가 해맑게 웃으며 떠내려 왔다.
"누? 누야! 쪼매만 더 놀다 갈란다!"
"만호 니, 퍼뜩 안 나오나? 흙탕물에서 뭐하는 짓이고?"
어머니를 대신해 큰 누나가 만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어머니
는 혹시나 잘못될까 싶어 발만 동동 굴렀다. 철없는 어린 자식의
때 아닌 물놀이가 영 걱정스러운 눈치였다. 큰누나가 떠내려 오는
만호의 합판을 따라 내려오며 소리소리 질렀다.
"만호 니, 우째 그리 속을 썩이노! 니 자꾸 그라카몬 저녁밥 안
줄끼다?"
큰누나는 만호의 가장 큰 약점인 먹을 것을 가지고 압박을 시작
했다. 그제서야 만호는 고개를 홱 돌리며 큰누나를 바라보았다.
커다란 눈이 더 커진 채 만호는 개천가로 합판을 끌며 천천히 밖
으로 나왔다. 큰누나가 밥을 안 준다고 하면 정말로 안 준다는 걸
만호는 익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비 맞은 생쥐 꼴로 돌아온 만호를 보며 어머니가 만호의 머리카
락을 툭툭 털어주었다. 만호는 그런 어머니의 품으로 파고들며 활
짝 웃었다. 아무리 심한 장난을 해도 어머니는 항상 만호를 안아
주셨다. 바로 그때 어머니의 품에서 만호를 떼어낸 것은 다름아닌
큰누나였다. 만호는 그런 큰누나가 어머니보다 더 무서웠다.
"만호 니는! 물살이 빨라지면, 우찌 되는지 모르고 그리 물놀이
를 하나?"
만호가 어머니의 치마폭으로 숨으며 모기만한 소리로 속삭였다.
"누야! 물살은 다 보고 띄웠다 아이가? 내도 안다. 그 정도는."
"아이고! 아는 아가 그카나, 일도 안 하고 그래 놀러 갔나?"
만호가 입을 비쭉이며 큰누나를 쳐다보았다.
"내 할 일은 다 해놨다 아이가... 누부야, 내 좀 봐도!"
큰누나가 눈을 부라리며 만호를 쳐다봤다. 만호는 왕방울만 한
눈으로 큰누나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만호가 활짝 웃자 큰누나도 어쩔수 없이 눈웃음을 지으며 피식
하고 웃어 버렸다.
"니 한 번만 더 그라몬 누야헌티 참말로 혼난데이!"
말은 그렇게 무섭도록 독하게 하지만 큰누나는 만호의 웃음에
언제나 화가 풀어졌다.
비가 한바탕 뿌리고 지나자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여름이 되면서 만호와 친구들은 더욱 더 바빠졌다. 들판의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특별
한 간식거리를 챙 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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