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큰 딸이 업고 있는 어린 만호를 받아 안으며 사립문을
밀었다. 그러자 어찌 알았는지 방문이 활짝 열리며 어린 조롱박
같은 아이들이 줄줄이 뛰어나와 어머니에게 매달렸다. 어머니는
그런 아이들의 머리를 하나하나 쓰다듬어 주셨다.
그리고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어린 만호에게 젖을 물렸다. 잠시
잠이 들었던 만호는 본능적으로 어머니의 품으로 파고들며 젖을
빨았다. 그 모습을 무슨 구경이라도 난 듯 형제들이 옹기종기 모
여서 구경했다.
"어무이, 우리 만호는 기가 막히게 묵는 냄새는 알아예."
"맞아예. 우리가 뭐 먹을라 카면 빽빽 운다 아입니꺼!"
"지금도 보이소. 언제 잤나 싶게 눈도 동그랗게 뜨고 젖을 묵는
다 아입니꺼!"
형제들이 젖을 먹고 있는 만호를 바라보며 한마디씩 했다. 어머
니는 그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어린 만호를 바라볼 뿐이었다.
"자기 먹는 것은 다 타고난닥 카는데, 우리 만호는 잘 먹고 잘
살란갑따."
그때 양껏 배를 채운 만호가 마치 세상 구경을 하듯, 눈앞에 있
는 형제들을 한 사람씩 쳐다보는데, 동그랗게 검은 눈동자를 연신
굴리는 것이 마치 형제들과 눈인사를 하는 듯했다.
"어무이! 만호가 내를 보고 웃었어예!"
"아이다! 내를 보고 웃는 기다! 봐라! 봐!"
"무슨 소리고! 만호 저마 왕방울 눈이 내를 보고 있다 아이가!"
형제들이 여기저기 한마디씩 해도 왁자지껄 시장통 같았다.
식구가 많은 만호네 집은 그래서 늘 소란스러웠다.
어머니가 어린 만호를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라고 보이 우리 만호 눈이 왕방울이네? 넓은 세상 더 많이 볼
라꼬 그라나? 우예 이리 눈이 크고 이쁘노?"
"맞아예! 이리 검고 초롱초롱한 눈은 첨이라예! 잘 생겼지예?"
그랬다. 그때 만호는 커다란 눈으로 가족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세상과 만났다.
만호네 집은 비록 전쟁으로 인해 가난한 피난민들이 모여 사는
동네였지만, 그 어떤 곳보다 웃음이 넘치고 행복한 가정이었다.
만호는 그런 남매들 사이에 넷째로 태어나 웃음이 많고 장난스러
운 아이로 무럭무럭 자랐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