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따사로운 햇살이 손등을 간질이고 있습니다.
문득, 어린 시절 고향집에서 올려다 본 하늘이 떠올랐습니다.
파랗고 시린 하늘 아래, 형제들과 정신없이 놀다가 그 파랬던 하
늘이 점점 붉게 물들어 가면, 우리 형제들은 괴정 삼거리 버스 정
류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점심때쯤이면 직접 키우신 야채들을 광주리에 담아 부평동 사거
리에 있는 시장에 가셔서 좌판을 펴고 장사를 하다 돌아오시는 어
머니를 마중하기 위해서였지요.
저녁노을이 지고 어둠이 내리면, 어머니께서 타고 계실 버스가
털털거리면서 먼지를 몰고 달려옵니다.
그러면 우리는 버스에서 내리는 어머니에게로 우르르 달려가 신
나서 종알대지요.
"어무이~~"
"야들이.... 또 뭐 한다꼬 나와 있노."
"헤헤..."
사실 우리 형제들은 어머니를 기다렸다기보다는 어머니께서
가끔씩 시장에서 사 오시는 간식거리를 기다렸던 것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런 우리들의 마음을 잘 아시었기에 그저 웃으시
며 간식거리를 내놓으시곤 하셨습니다.
"사이좋게 나눠 묵으라."
"와아! 어무이 최고!"
한편 가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셨던 아버지께서는 틈만 나면 밀
항선을 타고 일본에 가셨습니다.
그 때문에 어머니께서는 육 남매를 혼자서 키우시면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비록 늘 힘들고
고단한 생활을 하시면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사셨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디선가 밥 짓는 냄새가 솔솔 풍겨왔습
니다. 우리 형제들은 생일 때가 아니면 쌀밥은 구경조차 하기 힘
들었기에, 마을 곳곳에서 나는 밥 짓는 냄새 때문에 우리 형제들
은 침을 꼴깍 삼키며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만호가 어머니께 물었습니다.
"어무이, 오늘 저녁은 뭡니꺼?"
"만호 니는 뭐 먹고 싶노?"
어머니의 물음에 누나가 끼어듭니다.
"만호 야는 뻔하제. 쌀밥 아이가."
"큭큭큭, 밥돌이."
누나 동생 할 것 없이 모두 나를 놀립니다. 그러나 저는 형제들
도 모두 쌀밥을 먹고 싶어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니 쌀
밥이 아니라 꽁보리밥도 많이만 준다면 마냥 좋았습니다.
"만호야, 쌀밥은 니 생일 때 묵꼬. 오늘은 국수 묵자."
"또 국수가? 이잉."
어린 아들의 볼멘소리에도 그저 웃으시며 다음을 약속하셨던 어
머니. 오히려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해 미안해 하셨던 어머니. 힘든
생활이었지만, 내색 한 번 하지 않으셨던 어머니.
오늘따라 그런 어머니가 너무도 그립습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