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저번에는 정말로 똥이 마려워 피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
는 피할 도리가 없다. 괜히 바위산에 오르자고 했나 후회가 되기
도 했지만 이미 약속한 일이었다.
만호는 수철이를 힐끔 쳐다보았다. 수철이는 꽤나 자신만만해
보였다. 만호는 여기서 지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 잡았다.
아침에 비가 살짝 뿌린 뒤끝이라 바위산은 무척이나 미끄러웠다.
만호와 수철이는 덜 미끄러운 돌들을 밟으며 바위산을 올랐다.
평소 같으면 토끼처럼 한 걸음에 내달릴 곳이었지만 오늘은 검정
고무신이 벗겨질 정도로 미끌미끌했다. 저만치 앞쪽에 아이들과
함께 매일 뛰놀던 평평한 바위가 보였다. 그 맞은편에는 제법 높
이가 있는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 만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수철
이가 앞서 걷다가 휙하고 고개를 돌렸다.
"니 오줌 메려우ㅡ모 여서 싸고 가라, 또 집에 간닥 카지 말고!"
만호가 수철이를 쏘아보았다.
"니나 잘 뛰라!"
그리고는 수철이를 앞질러서 만호가 먼저 걸었다. 그때 저쪽
아래에서 큰형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만호야! 수철아! 안 된다! 다친데이!"
그 소리에 만호와 수철이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서로 눈
을 맞추어 그냥 올라가자는 눈짓을 주고받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수철이가 앞장섰고 만호가 뒤를 따르는 모습으로 막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수철이가 미끄러졌다.
"어, 어!"
수철이의 몸이 기우뚱거렸다. 순간적으로 만호가 수철이의 몸을 잡
은 덕에, 간신히 수철이가 중심을 잡고 제대로 섰다.
비 온 뒤 바위산은 눈길처럼 미끄러웠다.
수철이는 만호의 도움을 받은 것이 내심 쑥스러웠는지 만호를 한 번
힐끗 보고는 만호의 손을 놓았다.
그 순간 중심을 잃은 만호가 휘청거렸고, 덩달아 수철이도 기우
뚱거렸다. 만호의 발이 주욱하고 미끄러졌는데, 그 와중에도
미끄러지는 수철이를 바위 위로 밀었다.
만호 덕에 수철이는 바위 위로 올라섰지만, 만호는 그대로 미끄러져
굴렸다.
"으아악!"
"만, 만호야!"
수철이가 만호를 소리쳐 불렀다.
만호는 푸른 하늘을 보며 그대로 미끄러져 바위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저 멀리서 큰형이 부르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수철이의 목소리도 들렸다.
만호는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것을 느끼면 스르르 눈을 감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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