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구덩이 아래서 벽의 흙을 파고, 영은이는 구덩이 위쪽에
딛고 올라올 만한 발판을 만들었다. 그 때문에 만호의 머리 위로
후드득후드득 흙이 떨어져 내렸지만 신경 쓰지 않고 일에만 집중
했다. 어느새 두 아이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그때였다.
흐드득후드득!
굵은 빗줄기가 떨여져 내리기 시작하였다. 만호는 하늘을 올려
다 보았다. 멀쩡하던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가득했다.
어느새 비는 소나기처럼 퍼부었고 빗줄기는 가득했다.
영은이가 놀라 소리쳤다.
"만호야 ! 비가 막 와 어떡하지?"
불안했다. 영은이가 안 되겠다는 얼굴로 만호를 향해 외쳤다.
"만호야. 내가 가서 선생님 불러올게."
영은이가 서둘러 일어났다. 만호는 빗길에 혹시 미끄러지기라도
할까봐 영은이를 불러세웠다.
"가지 마라. 안 된다."
"그럼 어떡해! 비도 오는데!"
구덩이 안으로 빗줄기가 퍼붓자 만호는 온 몸으로 비를 맞았다.
그건 밖에 있는 영은이도 마찬가지였다. 둘 다 비 맞은 생쥐 꼴
이었다. 영은이가 안쓰럽게 만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무슨 생각
에서인지, 더듬더듬 구덩이 안으로 발을 들여놓기 시작하였다.
만호가 놀라 물었다.
"너, 영은이 너 머하는 짓이고?"
영은이가 구덩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숲 속 나무 사이로 가
서 비를 피해도 시원찮을 판에 구덩이 안으로 들어오는 영은이를 바라
보기만 하였다. 영은이가 구덩이 안으로 툭 떨어졌다. 마치 비에
쓸려 떠내려 오듯 만호의 가슴 위로 영은이가 떨어졌다. 만호는
그런 영은이를 바라보았다. 영은이가 해맑게 웃었다.
"다 내려왔다. 헤헤."
그 와중에도 영은이는 활짝 웃고 있었다. 만호는 부끄러워 얼굴
이 붉게 물들었지만 영은이가 웃자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는 영은이를 구덩이 옆에 바로 앉혀주었다.
"니는 이 와중에도 웃음이 나오나?"
"가스나가 와 그리 조심성이 없노? 여기로 내려오면 우짜노?"
"비를 피해가 나무 밑으로 가가 가만히 있을 일이지 와 고생할라
꼬 내려오노 내려오길."
"정말 큰일 낼 아 아이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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