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조회 시간에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만호는
손을 들까말까 망설엿다. 아직 가족들에게 소풍을 간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말을 했어도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며칠 전에 어머니가 또 쓰러지셨다. 완쾌되지 않은 채로
행상을 나가셨다가 급기야 각혈을 했던 것이다. 쓰러진 어머니는
쉬이 일어나지 못하셨다. 온 가족이 어머니 때문에 걱정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한 때에 소풍을 간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소풍을 가려면 그래도 주먹밥이라도 싸가야 할 터인데 그럴 형
편도 못 되었다. 만호는 부잣집에 사는 영은이를 부러운 듯 바라
보았다. 그런데 영은이가 한숨을 포옥하고 내쉬는 것이었다.
"니는 와 한숨이고?"
가정 형편상 소풍을 못 갈 것 같은 만호는 입이 대발은 튀어나와
영은이를 보며 말했다. 영은이가 또 한 번 푸~하고 한숨을 쉬며
만호를 쳐다보았다.
"나 소풍 못 갈 거 같아."
만호는 의외라는 듯 물었다.
"와? 무슨 일이 있나?"
"엄마가 위험해서 안 된대. 앞도 잘 안보이는데 산에 가면 다친
다고 만호 너는 좋겠다 소풍도 가고."
그 말에 만호 역시 한숨을 내쉬며 영은이에게 말했다.
"내도 못 간데이. 어무이가 아파가 도시락도 몬 싸는데 우째
소풍을 가겠노."
만호와 영은이는 들떠 호들갑을 떠는 아이들을 부러운 듯 바라보
았다.
"니는 아파가 몬 가고, 내는 밥이 없어 몬 가고."
갑자기 영은이가 만호를 보며 해맑게 웃었다.
"만호야! 우리 같이 소풍 가자!"
만호가 으아한 듯 영은이를 바라보았다.
영은이는 배시시 웃으며 만호를 바라보았다.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이...
"내가 너의 도시락을 싸올게, 그 대신 너는 내가 넘어지지 않게
길잡이가 되어 줘, 그러면 소풍에 둘 다 갈 수 있잖아!"
영은이의 말을 듣던 만호의 얼굴에 살금살금 미소가 피어올랐
다. 급기야 만호는 활짝 웃으며 영은이에게 소리쳤다.
"니는 우째 그리 머리가 좋노!"
영은이를 잘 데리고 다녀온다는 약속을 하고 영은이 어머니는 영
은이의 소풍을 허락했다.
그리고 만호의 도시락까지 정성스럽게 싸 주셨다.
만호는 영은이 옆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긴 막대기 대신
짧은 막대기의 양쪽을 잡은 만호와 영은이는 산길을 걸었다. 올라
가는 길이어서 영은이의 얼굴에는 제법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만호는 영은이가 걷기 쉽게 앞에 놓인 돌멩이는 치우고 스스로
듬직한 사내가 된 것 같아 기분이 뿌듯해졌다. 영은이도 만호가
이끄는 대로 말없이 잘 따라왔다. 오랜만에 산에 오르며 마시는
공기는 상쾌하고 시원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