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사건이 있은 후, 아이들은 영은이를 놀리는 일에 약간
주춤거렸다. 무엇보다 소식을 전해 들은 선생님의 기합 덕이 컸지
만, 만호의 선전포고도 한 몫을 했다. 영은이와 함께 막대기를 들
고 교실에 들어선 만호는 일단 수철이에게 엄포를 놓았다.
"수철이 니, 앞으로는 그딴 장난 하지 말그라. 눈도 나쁜 영은이
한테 너무 했다 아이가."
"눈이 나쁜 아가 어디 한둘이가? 와 가스나한테만 특별히....."
"눈이 마이 나쁘다 카더라. 그러니까네 앞으로는...."
만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철이는 무엇인가 수상하다는
듯 만호를 보며 살살 웃었다.
"니덜 막대기 잡고 같이 들어오더만, 사귀드나?"
그 소리에 옆에 앉은 영은이가 만호를 빤히 바라보았다. 만호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벌게졌다. 그리고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수철이 니, 무슨 소리고!"
영은이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만호는 힐끔 영은이를 바
라보았다. 영은이의 볼도 빨갛게 변한 것 같았다.
수철이는 그런 영은이와 만호를 보며 더욱 놀렸다.
"옴마야, 놀래라. 아니면 아니지, 와 그리 소리를 지르는데? 니
덜 참말로 사귀는 거 아이가?"
만호가 꽉 쥔 주먹을 들이대며 수철이에게 달려들엇고, 수철이
는 저만치 달아나면서도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와 느그들 얼굴이 빨개지노? 둘이 얼레리꼴레리 사인
갑제?"
"수철이 니, 거기 안 서나? 잡히면 니 오늘 죽는데이!"
만호가 수철이를 향해 달려가려고 하자, 영은이가 만호를 잡았
다. 그리고 살짝 웃어 주었다.
"그러지 마. 만호야."
만호는 영은이를 보며 멈칫거렷다. 어쩐지 부끄러웠다.
"어..... 영은이 니, 수철이 말에 신경 쓰지 마라. 알긋제?"
영은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호는 얼굴이 발그
래져서 괜히 헛기침만 해댔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내일 모레 소풍을 간다. 혹시 소풍을 못 가
는 사람들은 학교에 나와 공부를 하면 된다. 혹시 못 가는 사람,
손들어 봐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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