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엔 개구락지 없는 갑따. 촌시럽그로, 개구락지도 모르나?"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던 영은이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는 쏜살같이 교실 밖을 향해 내달렸다. 만호는 어찌할 바를 몰라
영은이만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철퍼덕!"
영은이의 발이 교실 문턱에 걸리며 넘어졌다. 그 바람에 옆에 있던
쓰레기통이 뒤집어 졌다.
그리고 넘어진 영은이의 주변으로 쓰레기들이 흩어졌다.
아이들은 영은이의 그런 모습을 보고 더욱 크게 웃었다. 그러나
만호는 자신도 모르게 영은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니 괜찮나?' 하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만호의 입에서는 전혀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눈은 뒀다 어디 쓴다꼬 이렇게 넘어 지노, 넘어 지길!
이 쓰레기 니가 다 치울 끼가?"
순간 만호는 속으로 제 입을 꿰매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음과는 다르게 튀어나오는 말 때문에 스스로에게 더 화가
났다. 영은이는 여전히 눈가에 닭똥같은 눈물을 매단 채
만호를 쳐다보았다.
"못, 못 봤어... 미안해....."
영은이는 일어나 주섬주섬 흩어진 쓰레기들을 모으려고 했다.
그런데 어쩐지 그런 영은이의 모습이 만호는 보기 싫었다.
그래서 만호는 영은이 옆에 웅크리고 앉아 영은이의 손을 쳐내며
소리쳤다.
"저리 치아라."
만호의 이 한마디에 영은이는 더욱 훌쩍거렸다.
"미안해..... 난...."
영은이는 일어나 저만치 걸어갔다. 만호는 쓸쓸하게 걸어가는
영은이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영은이에게 화가 난 것인지,
제 스스로에게 화가 난 것인지 모를 혼자 말로 중얼거렸다.
"가스나야. 니가 와 미안한데....."
점심시간이 다 끝나도록 영은이가 교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만호는 은근히 영은이가 걱정되었다.
'장난이 심했던 기라.'
만호는 교실 밖으로 나왔다. 괜히 어슬렁거리며 사방을 두리번거
렸다. 어디서 울고 있나 싶어 수돗가에도 가보았지만 영은이의 모
습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선생님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러 간 건
아닐까 싶어 교무실도 기웃거렸다. 운동장에도, 교실 뒤편에서도
영은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만호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와 그 가스나를 찾으러 다니노? 지가 잘못해가 넘어진 걸
가지고.'
만호는 교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때 문득 운동장 저편에서 영
은이의 모습이 보였다. 영은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땅바닥만 바라
보고 있었다. 만호가 다가가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만호는
헛기침을 하며 영은이를 바라보았다.
"흠흠!"
영은이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때 가만히 땅만 바라보았다.
만호는 제법 큰 소리로 영은이에게 말했다.
"쓰레기는... 괘안타. 내가 다 치웠다. 근데 니는 점심시간이 다
끝나가는데 여기서 모하노?"
하지만 영은이는 대답이 없었다.
만호는 괜히 스스로 변명을 하듯 중얼거렸다.
"개구락지를 봤으면 치와버리지 와 만지노?"
"나...눈이 많이 나빠..."
개미 소리보다 작게 영은이가 웅얼거렸다. 만호는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
"뭐라꼬?"
그제야 영은이는 만호를 쳐다보았다. 아직도 눈가에는 눈물을
매단 채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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