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할머니는 예전에 일본에 가서 일을 했다고 한다. 한때
는 제법 큰돈도 벌었지만 아버지가 친구의 꾐에 빠져 사업을 하면
서 모은 돈을 모두 사기 당했다고 한다. 그 일을 겪고 난 후 만호
네 식구들은 이곳 괴정동의 피난민 촌으로 이사를 왔다.
그 후로도 아버지는 계속 일본에 가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
에 밀항선을 타려 했다. 어머니가 이제 그만 여기서 정착해 돈을
벌라고 말씀하셨지만 아버지는 듣는 둥 마는 둥 하셨다.
"일본에만 가모, 큰돈을 벌어 올 수 있다!"
벌써 몇 년째 아버지는 밀항선을 탔다가 잡혀왔고 그러면 다시
몇 달을 감옥에 있다가 나오면 또 밀항선을 타곤 하셨다. 때문에
울 남매를 비롯한 가족의 생계는 전부 어머니가 책임져야 했다.
그렇게 고생을 하시다 보니 어머니께서는 끝내 병을 얻으신
것이다. 만호는 그래서 아버지가 더욱 미웠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일을 하게 되면, 도 많이 벌어서 어머니를
편히 모시겠다고 그때부터 다짐했던 만호였다. 만호는 마당까지
나와 손을 흔드시는 어머니를 뒤로 하고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는 어머니가 보일 때까지 활짝 웃으며 내달리던 만호가
고개를 넘자마자 털썩 주저앉았다.
"아이고, 발이야...;"
만호는 검정 고무신을 거꾸로 뒤집어서 탁탁 털었다. 그러자 그
안에 있던 모래와 돌맹이들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어머니가
보고 계셔서 일부러 씩씩하게 달린 것 분이지, 만호의 고무신은
이미 오래 전에 낡아 찢어져 있었다.
만호는 자신의 낡고 허름한 고무신을 보자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고무신을 새로 사달라고 하기에는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
웠기에 만호는 꾹 참고 찌어진 고무신을 그냥 신고 다녔던 것이다.
그것도 벌써 1년째 신은 고무신이었다. 6개월만 신어도 닳아 헐어
버리는 고무신을 만호는 집안 형편을 생각해 아무렇지 않은 척하
고 1년째 신고 다녔던 것이다.
만호는 주변에 있는 널직한 나뭇잎을 몇 개 뜯어 모아 고무신의
찢어진 곳에 덧대듯이 붙였다. 그리고는 심호흡을 하며 일어섰다.
여기서 놀고 있다간 또 지각할 게 뻔했다. 만호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쏜살같이 학교를 향해 내달렸다.
그렇게 헉헉대며 만호가 교실에 도착하자 선생님께서 막 조회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만호는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제
자리에 가 앉았다. 숨을 고르고 책보를 펼치는데 옆에서 수철이가
만호의 허리를 쿡쿡 찔렀다.
"저 여자 아 보래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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