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은 올 때마다 큰누나에게 생활비를 주었다. 또한 장터에서
사온 학용품과 과자 등을 동생들에게 나눠주기도 하였다. 그래서
만호는 큰형이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이번 방문은
어머니의 병세갸 너무 안 좋아지시니 걱정이 되어 큰누나가 큰형
을 불러들인 거였다.
"큰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좀 나아질 낀데.... 약만 가지고
는 안 될 거 같꼬..."
큰누나가 한숨을 푸욱 내쉬며 말했다. 큰형이 벌어다주는 돈을
아끼고 또 아끼며 어머니 약 값을 대고 있지만 이미 어머니의 병
환은 약으로 치료할 수준을 넘어선 듯했다. 큰형이 근심스런 얼굴
로 어머니가 계시는 안방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가 좀 더 열심히 일 할 끼다. 고생스러워도 조금만 참아라."
"누가 니보고 그러는 기가.... 이보다 어떻게 더 일하노."
"아부지한테는 소식 없나?"
큰누나가 대답 대신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또 밀항선을 탄다
고 항구 근처를 배회하고 계실지도 몰랐다. 큰누나가 눈치를 살피
듯 큰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내도 공장에 다니믄...."
채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큰형이 고함부터 질렀다.
"무슨 소리고! 누이가 나가믄 어무이 간호는 우짜고, 동생들 밥
은 또 우짤 낀데! 그런 소리 말고 어무이 병 간호나 잘 해라."
"안 된다꼬 생각하지 말고 한 번 생각해 보그라. 이제 만호도 많
이 커가 어지간 한 일은 다 할 줄 안다. 집안일이야 내가 삼일에
한 번씩 와서 반찬 만들어 놓으마...."
"공장일이 그리 수월한 줄 아나? 삼일에 한 번씩 여기와 집안일
한다꼬? 그라믄 힘들어 죽는다!"
"....."
만호는 큰형과 큰누나가 하는 소리를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큰
누나와 큰형이 저런 이야기를 할 때면 만호는 새삼 그들이 어른처
럼 커보였다.
그리고 한 편으로 동생들을 건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가여워 보이기도 했다. 큰누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속였다.
큰형이 달래듯 큰누나의 손을 잡았다.
"내가 더 열심히 벌 테니까, 누이는 어무이 간호나 잘해라. 누이
까지 없으면 동생들은 우찌 하노."
큰형과 큰누나의 근심,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달은 휘
영청 밝았다. 만호는 밝은 달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소
원을 빌 듯 달님께 간절하게 빌고 또 빌었다.
'우리 어무이, 빨리 낫게 해주이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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