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어머니 옆에 있는 깡통을 어머니의 입가로 가져가 댔다.
그 깡통은 어머니가 토해 놓은 가래와 각혈을 담는 그릇이었다.
호흡이 가파지도록 기침을 토해 놓던 어머니는 기진맥진 힘이
빠졌다. 그런 어머니를 만호는 걱정스레 쳐다보다가 어머니를 다
시 자리에 눕혔다. 어머니는 그 와중에도 손을 내저으며 어서 밥
이나 먹으라고 만호를 밀어냈다.
어머니가 한 번씩 그렇게 가슴에 통증을 느낄 정도로 심하게 기
침을 할 때면 온 가족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아버지는 어머니 약 값을 벌어 오마하고 나간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그동안 행상과 바느질로 모든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
가 아파서 눕고 나자, 가족들의 생활은 말이 아니었다.
큰형은 외지로 나간 지 이미 오래였다. 어머니가 아파서 자리에
눕게 되자, 큰형은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이 공장에 다니겠다며
다니던 중학교를 그만두었다.
만호는 그날 밤, 어머니가 오래도록 눈물을 흘리시던 것을 잊지
않았다. 공부만큼은, 최소한 중학교는 마쳐야 한다고 어머니가 극
구 말렸지만 큰형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공부는 나중에 해도
되지만, 지금은 어머니 약 값이라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았다. 큰형의 최초이자 마지막 반항이었다.
큰누나는 어머니를 대신해서 동생들과 집안 살림을 맡아서 하느
라 중학교는 아예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갖 세상 지식에 제일 밝은 건 큰누나였다. 원래 이런저런 일에 관
심도 많았고 책을 좋아하는 큰누나였다.
만호가 맡은 일은 어머니의 기침 깡통을 청소하고 가끔 어머니
를 모시고 마당을 걷거나, 식사를 챙기는 일이었다. 그리고 어머
니 옆에 붙어 앉아서 조잘조잘 학교에서 들었던 일이나 배운 것을
읊조리며 즐겁게 해드리는 것 역시 만호의 몫이었다.
온 가족이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음에도
어머니의 병환은 쉽게 호전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
수록 기력이 점점 쇠약해져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큰형이 기숙사에서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큰누나와 큰형이 마루 평상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휘영청 밝은 달이 쓸쓸한 만호네 집을 비추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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