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호, 슬퍼가 우야노...."
만호는 어머니 앞에 웅크리고 앉아 훌쩍이고 있었고 그런 만호
의 등을 어머니가 토닥여 주었다.
영은이가 떠나고 난 후, 만호는 영은이가 살던 집에 혼자 가 본
적이 있었다. 텅빈 집을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영은이가 떠났던
길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했다.
헤어짐은 생각보다 그리움이 컸다. 만호는 영은이와의 일을
어머니에게만은 모두 이야기를 했다.
처음 영은이가 전학을 왔을 때 아이들이 놀리던 일, 앞이 잘 안
보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만호가 다가갔던 일 그리고 소풍갔을
때의 일 등 시시콜콜 만호는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했고, 그때마다
어머니께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건강이 더욱 안 좋아져서 행상를 나갈 수 없었던 어머니는 오로
지 만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고 하셨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이야기해 드릴 때마다 어머니는
깔깔 웃기도 하셨고, '아이구야, 느그들 와 그라노'하시며 한탄을
하시기도 했다. 그래서 만호는 매일 학교를 다녀오면 어머니 옆에
앉아 이런저런 하소연과 자랑을 즐어놓았던 것이다.
요 며칠 영은이가 떠나고 난 후, 만호는 자신의 감정을 어머니 앞
에서만 내비쳤다. 그리고 오늘, 급기야 눈물이 터진 것이다.
어머니는 만호가 내민 보물찾기 종이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하
셨다. 꼬깃꼬깃 접힌 종이 쪽지가 펴지자 마치 영은이를 향한 만호
의 마음이 터진 듯 그렇게 하염없이 만호의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
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은이가 보고 싶었다.
"만호야, 사람은 누구나 만나고 또 헤어진다. 그것이 영영 이별
이 아닌기라. 만호도 그렇고 영은이도 그렇고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잇는기다."
"엉엉..... 영은이가 내를 영영 잊어버리는 건 아니 것지예?"
"그래. 편지한다 캤으면 할끼다. 그러니 니도 공부 열심히 하면
서 씩씩한 친구가 되어야 하는 기다. 그게 친구다. 안 그렇나?"
언제나 어머니는 만호의 편이었다. 밥상을 들여오면서 큰누나가
한마디 했다.
"첫사랑 한 번 오지게 하네! 조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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