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와 영은이는 두 손을 맞잡은 채 그렇게 나란히 교정을 걸었다.
누가 앞에 서고, 누가 뒤에 서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걸어가는
둘의 모습이 그대로 아름다웠다. 그 때 문득 영은이가 말했다.
"따뜻해."
만호는 부끄러웠다. 그리고 뿌듯했다.
"어디 가든, 기죽지 마라. 알겠나?"
영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활짝 웃었다.
"너처럼 내 손을 잡고 걸어 줄 친구들이 거기에도 있을까?"
"영은이 넌 예뻐가 도와줄 친구들이 많을 끼다."
영은이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만호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꼬?"
"내가 찾은 거야."
만호는 꼬깃꼬깃 접힌 쪽지를 펼쳐 보았다. 보물찾기 종이였다.
만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거기에는 <운동화>라고 적혀 있었다. 1등 선물을 받아갈 사람이
없다고 선생님이 그랬는데, 그것을 영은이가 가지고 있었다니!
"나, 그거 찾으러 다니다가 길 잃은 거였어. 만호 너 주려고...
그런데 구덩이에 빠진 너를 보고는...."
"구덩이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실려 갔잖아. 어찌나 정
신이 없었는지 이것을 주지 못했지 뭐야!"
만호는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로 보물찾기 종이를 바라보았다.
영은이와의 소중한 추억이 묻어 있는 종이였다.
"선생님한테 바로 드렸으면 운동화를 받았을 텐데."
"괘안타. 내는 운동화보다 이 종이쪽지가 더 좋다."
영은이는 다음 날 아침 조회시간에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영은이를 괴롭혔지만, 만호의 엄포가 있었던
후로는 사이좋게 지내던 터였다.
여기저기서 친구와의 이별을 슬퍼하는 듯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만호는 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만호는 옆 분단의 수철이를 쳐다보았다.
수철이도 훌쩍거리고 있었다. 만호는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젤로 마이 괴롭힌 놈이 와 우노.....'
만호는 애써 눈물을 참으려고 두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는 기억
에 새기듯 영은이의 마지막 모습을 마음에 담았다.
'건강해라... 꼭 수술 잘 되가 눈이 낫길 바란다. 영은아.'
그렇게 영은이는 미국으로 떠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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