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영영 영은이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만호는 한숨을 푸욱
내쉬며 저 멀리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게 자기도 모르게 슬픔이 한껏 차오르는 것 같았다. 들릴 듯 말 듯
영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국에서는 앞이 안 보이면 일반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기가 어렵
다고 해. 그래서 미국에 가서 학교 다니려고...."
영은이는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며 아이처럼 주저앉아 흐느꼈다.
작고 조그마한 영은이의 어깨가 들썩였다. 만호는 그런 영은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남자답게, 씩씩하게 영은이를 보
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만호는 영은이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
는 듯 호기 있게 말했다.
"가스나들은 우째 그리 눈물이 많노? 괘안타. 울지 마라."
"만호 너는 안 슬퍼?"
만호가 씨익 웃었다.
"슬프긴 뭐가 슬프노? 니는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건데...."
"그래도...."
"아무캐도 여기 보다는 미국이 안 낫겠나. 아이들도 덜 괴롭힐
끼고, 누가 아나! 수술을 해가 눈이 잘 보이게 될지도 모르고!"
"만호야! 내가 편지 보내면 답장해 줄 거지?"
만호가 짐짓 씩씩하게 웃었다.
"내가 조금 바쁘긴 하지만, 영은이 니 편지는 답장해 줄 끼다."
"난 꼭 돌아올 거야. 이담에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응"
"그래...."
만호는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
았다. 그저 되는대로 떠드는 것 뿐이었다.
갑작스런 이별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만호 역시 알 길이 없
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영은이에게 씩씩한 모습으로 기억되면
좋겠다는 바람 하나만은 확실했다.
영은이가 그런 만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뚝뚝 떨
어지는눈물을 닦고 영은이가 만호를 향해 활짝 웃었다.
"만호야. 나 잊어버리면 안 돼! 알았지?"
만호가 영은이를 보며 마주 웃었다. 만호는 막대기 대신,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영은이가 만호의 손을 맞잡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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