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찢어진 고무신을 끌며 걷는 소리가 영은이에게는 그렇게 들린
모양이었다.
만호는 짐짓 태연한 채 말했다.
"이제 괘안나?"
"응."
영은이가 뒤에 있는 어머니를 향해 말했다.
"엄마, 난 만호랑 들어갈게요."
영은이의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교무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시며 만호에게 웃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만호는 다시 한 번 꾸벅 인사를 햇다. 그런 만호에게 영은이가
장애인용 흰 막대기를 말없이 내보였다.
"나 이제는 막대기를 들고 다닌다."
만호는 영은이의 막대기 한 쪽을 잡았다. 만호가 앞장을 서고 영
은이가 뒤를 따랐다. 만호는 영은이의 걸음걸이를 생각해서 일부
러 천천히 걸었다. 말없이 두 아이들 곁으로 새들이 지저귀는 소
리가 날아들었다. 맑고 청명한 가을이었다.
영은이는 점보다 더 조심스레 걷고 있었다. 만호는 그런 영은이
를 바라보았다.
발을 끌듯이 한발한발 조심스레 내 딛는 영은이를 보며, 만호는
영은이가 더 안 되어 보였다. 하지만 만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니는 맛난 것도 많이 묵는다 카드만 와 갈수록 걸음걸이가 뭐
이리 기어가노?"
만호의 말에 영은이가 배시시 웃었다.
"그러게. 먹기는 많이 먹는데. 히히."
만호가 조심스레 영은에게 물었다.
".....더 안 보이나?"
"그런가 봐. 한 뼘쯤 더 어두워졌어. 너무 안 보여서 공부도 못
하겠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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