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의 속마음을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을까. 만약에 말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가벼운 것이라고, 만호는 생각했다.
작은 것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을 일깨워 준 영은이.
눈이 보인다는 것,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
인지를 새삼 느끼게 해준 영은이었다.
영은이는 만호에게 이미 더없이 소중한 친구가 되어 있었다.
"내가 발을 디딜만 한 곳을 팔게, 니는 저 쪽에 가 있그라."
만호는 짐짓 씩씩하게 말했다.
"아냐. 내가 받쳐줄 테니까 니가 올라가서 선생님을 빨리 모셔오
면 되잖아. 그렇게 해 만호야."
"아무 소리 하지 말고 가마히 있그라."
어떻게 저 야리야리한 아이의 등을 밟고 올라간단 말인가. 만호
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계속 벽에 구멍을 팠고, 옆에서
영은이는 만호의 옷을 잡아끌며 자신을 딛고 올라가라며 재촉을
했다. 그렇게 두 꼬마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자 옥신각신했다.
그러다 마침내 둘은 발판을 만들기 위해 벽에 구멍을 파는 것으
로 의견에 일치를 보았다.
둘이 그러는 사이에 다행히도 빗줄기는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이를 알아챈 영은이가 씨익 웃으며 구덩이 밖 하늘을 쳐다보았다.
"점점 빗줄기가 약해지고 있어."
하늘도 다시 이전의 파란 빛으로 점차 돌아오고 있었다. 아마도
한 번 시원하게 뿌리고 지나가는 소나기였던 모양이었다.
만호는 영은이를 바라보았다. 영은이는 비 맞은 생쥐처럼 온통
젖어 있었다.
젖은 건 만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만호는 몸이
약한 영은이가 더 걱정되었다.
"니 괘안나?" 영은아?"
영은이의 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내렸다. 추위 때문에 딱딱딱
이가 부딪히고 입술도 퍼렇게 변했다.
"괜찬아. 이 정도는!"
만호는 달달 떨면서도 괜찮다고 말하는 영은이가 마냥 고맙고
예뻤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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