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참았던 말을 쏟아낸듯 큰형이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고는
어깨가 들썩이도록 흐느꼈다.
만호 역시 큰형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한 번 배움의 때를 놓
치게 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건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 큰형
도 처음에는 1년만 돈을 벌고 다시 중학교로 간다고 했었지만 끝
내 학교를 다시 다닐 수 없었다. 큰형이 중얼거렸다.
"너는, 만호 너만은 공부를 시킬라 캤는대..... 와 그만 두노....
어무이한테 너만은 공부 잘 시키가 훌륭하게 만든다 캤는데....
흑... 흑흑흑."
만호의 두 눈에서도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큰 누나도 고개
를 돌려 눈물을 훔쳤다. 만호는 큰형 앞에 무릎을 모으고 앉아 큰
형과 큰 누나의 손을 꼬옥 잡았다. 그리고 다짐을 하듯 말했다.
"형아야. 누부야. 내 공부 안 놓는다. 일하면서 틈틈이 공부할
끼다 울지마라."
"흑흑.... 만호 이 자슥아..... 와 학교를 그만두노....와.....!"
달빛 아래, 삼형제가 서로를 끌어안고 울었다.
잠시 후, 방안에서 동생들이 줄줄이 밖으로 나왔다. 마당 평상에
서 울고 있는 큰형과 큰 누나 때문에 무엇이 슬픈지도 모른 채 그
저 따라 울었다.
"행님아, 와 우노..... 엉엉..."
남매들이 우는 소리가 달빛 아래 처연하게 들렸다. 어느새 육 남
매가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날밤, 만호의 형제들과 함께 달과 별도 우는 듯, 쓸쓸한 가을비는
소리 없이 내리기 시작했다.
만호는 그 빗소리가 어머니의 눈물처럼 느껴져 가슴이 미어졌다.
비 내리는 하늘을 보며 만호는 다짐했다.
'걱정마이소, 어무이.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을 낍니더. 꼭 지켜봐 주이소.'
<2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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