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구두닦이로 부끄러움 없이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게 된
후여서 쉽게 일에 적응할 수 있었다.
마침내, 만호가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 처음으로 돈을 받는 날이
되었다. 만호는 받은 돈을 세어 보고 또 세어 보았다. 비록 몇 푼
되지 않는 돈이었지만 그 돈에는 만호가 포기한 공부에 대한 열정
이 담겨 있었고,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느
라 흘린땀이 배어 있었다. 만호는 기쁘고 감격스러웠다.
'오늘, 큰누나에게 말하고 이 돈을 줘야지!'
이제야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 일을 했구나 하는 뿌듯함이 밀려
드는 듯했다. 만호는 서둘러 집으로 가기 위해 장사를 정리했다.
발걸음이 가볍고 날랬다. 큰누나에게 자랑스레 돈을 내밀면 누나
가 뭐라고 할지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졌다.
만호는 생글생글 웃으며 종수에게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서둘
러 영화관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큰누나에게 돈을 주며 놀라게 해
주려 했던 만호의 계획은 일찌감치 무너졌다. 너무 일찍 큰누나를
만나게 되엇던 것이다. 그것도 영화관 바로 앞에서 말이다.
큰누나는 화가 난 얼굴로 말없이 만호를 쏘아보고 있었다. 언제
부터 거기 있었는지 그건 알 수 없었다. 다만 큰누나가 엄청 화가
났다는 것, 그것만은 만호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누,누부야...."
만호가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하드 통을 뒤로 감추며 우물
거렸다. 영화관 옆 창고에다 하드 통을 가져다 놓으려는데 큰 누나
와 맞닥뜨린 것이다. 큰누나는 말없이 만호를 쳐다보며 조용히 한
마디 했다.
"형아, 와 있다."
만호는 놀라 큰 눈이 더욱 커졌다.
'형까지 와 잇다꼬?'
궁금증 반, 두려움 반이 섞인 목소리로 만호가 조심스레 큰누나
에게 물었다.
"형이 와 벌써 왔노? 아직 올 때가 안 된거 아이가?" 큰누나가 성큼성큼 앞장서서 걸으며 한마디 내질렸다.
"조용히 따라온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만호의 머릿속은 엄청 복잡하게 굴러갔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하면 큰형과 큰누나가 이해를 해줄까 걱정
이 태산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늘이 마침 월급을 받는 날이라는
것이었다. 빈손으로 가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돈이라도 내밀면
조금 덜 혼나지 않을까 내심 기대가 되기도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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