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수는 영화관에 아이들을 그냥 들여보내는 대신 일정한 돈을
받는다고 했다.
"누부 좋고 매부 좋은 거지. 일종의 수수료라 생각하면 된다."
또한 종수는 자신이 일자리를 소개해 줄테니 약간의 수수료를
줄 수 있느냐고도 했다. 만호는 내심 불안하고, 가만히 앉아서 말
몇 마디로 돈을 받는 종수가 얄미웠지만 다른 방법을 찾는 것도
어려워 보였다. 만호는 일단 종수에게 부탁해 보기로 했다.
"우선은 구두닦이를 따라다니게 해줄게. 그것 잘하모, 아이스께
끼 파는 형아를 소개해 주고. 물론 두 형아들 모두 우리 영화관에
드나드는 사람들이다. 일은 조금 힘드는데 제법 짭짤하게 돈은 될
끼다. 우째 해볼 끼가?"
만호가 큰 눈을 더욱 크게 뜨며 껌벅껌벅 거리자 종수가 답답하
다는 듯이 다짜고짜 충고부터 해댔다.
"니는 그리 순진한 얼굴을 해가꼬는 매일 돈을 빼앗길 끼다. 조
금 껄렁껄렁 보여야 함부로 안 하는 기다."
그것도 나름 충고랍시고 종수가 입에 거품을 물며 이야기했다.
"그리고 무조건 달리기를 잘한다 캐라. 구두도 많이 물어올 수
있다꼬, 무조건 한다 캐라.일단 구두닦이를 하모 아이스께끼 일
도 쉽게 구한다 아이가? 연이어 소개를 받을 수도 있고 말이다.
알았나?"
만호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종수는 잊지 말라는 듯 만호의 어깨
를 툭툭치며 말했다.
"참, 내한테 줘야 되는 수수료는 잊어버리지 마라. 그리고 내가
특별히 너 한테만 해주는 건데, 영화가 보고프면 언제든지 온나.
내 특별히 공짜로 보여주꾸마!"
어찌 되었든 종수 덕분에 만호는 구두닦이 하는 형을 따라다니게
되었다. 만호가 하는 일은 공장이나 회사 건물에 들어가 닦을 구
두를 가져오는 일이였다.
만호가 가져온 구두를 닦는 것은 현수형이 맡아 했다.
현수형은 구두닦이만 5년째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괴정동에
서는 제법 잘 닦는다는 소문도 난 형이였다. 비록 성질이 불같고,
짜증을 잘 내긴 했지만, 한 푼이 급한 만호로서는 이것저것 마다
할 입장이 아니었다.
닦을 구두를 찾아서 건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보니 자연히
만호는 땅만 보고 걸었고, 사람들의 신발만 쳐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현수형처럼은 아니지만 자연스레 구두닦으라는
소리도 튀어나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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