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건방진 얼굴로 매표소 아이가 만호에게 말을 걸었다. 만호
가 씨익 웃었다.
"아이라. 영화가 아이고 니한테 몇 가지 물어 볼 게 있어가...." "뭔데?"
좁은 매표소에 내내 앉아만 있던 아이가 옆으로 난 작은 문을 밀
고 나왔다. 하루 종일 그 안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었는지 기지개
를 켜며 만호 쪽을 돌아보았다. 만호는 입을 떼지 못한 채 매표소
의 아이를 그저 멀거니 바라보기만 하였다. 그때 매표소 아이가
먼저 운을 뗐다.
"니, 구두통 메고 영화관에 우째 그냥 들어가나 그것 물어 볼라
카나?"
만호가 놀란 얼굴로 매표소 아이를 쳐다보았다. 매표소 아이는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들거렸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안카나, 내가 여서 사람 얼굴
보며 표 판지가 1년의 넘은 기라. 척 보면 척인기라!"
"니, 대단하네!"
만호가 놀랍다는 듯 추켜세웠다. 그 바람에 매표소 아이는 더욱
신이 나서 종알종알 떠들었다.
"이름이 머꼬? 내는 종수다. 양종수!"
"내는 만호다. 조만호!"
종수는 아예 중학교에는 다니지 않았다고 햇다. 초등학교만 마
친 채 일찌감치 돈을 벌러 나온 것이엇다. 그래서 그런지 셈이 빠
르고 눈치가 빨랐다.
한 눈에 보기에도 만호가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한
종수는 만호에게 일자리를 소개해 줄 수 있다고 만호를 떠봤다.
만호가 미씸쩍은 눈으로 종수를 바라보았다.
"내가 여기저기 돌아나녀 봤는데, 일자리가 쉽지 않던데? 니는
어디서 일자리를 구하노?"
종수가 순진한 말 하지 말라는 듯한 얼굴로 만호를 보며 한심하
다는 투로 쳐다보았다.
"니가 첨 나와서 모르나본데, 원래 사람을 구할 때는 아는 사람한
테 부탁을 한다.
믿을 만한 사람이 소개를 해주모, 데려다 쓰고 그라는 기다."
"그라모 니가 소개해 주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이말이가?"
"그래!"
종수는 자랑스레 웃으며 말했다. 만호는 그런 종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라모 니가 구두닦는 얘들도 그냥 들여보내주는 기가?"
"그렇지! 이 영화관에서 매표소에 있는 내가 영향력이
젤로 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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