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창피하고 부끄럽고 죄스러웠다. 가난한 것이 죄는 아닐
텐데, 괜히 죄를 지은 것처럼 자꾸만 고개가 숙여지고 어깨에 힘
이 빠졌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오는 내내 만호의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육성회비를 어떻게 해야 할까.
큰형이나 큰 누나에게 말해도 달리 뾰족한 방법은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형편이 나아져서 육성회비를 낼 수 있을지도 장담
하기 어려웠다. 만호는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또 그럴 수 없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만호는 앞으로 어떻게 할까 골똘히 생각하느라 언제 집에 도착
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학교를 그만 두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느새 집 앞에 다다랐다. 만호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씩씩하게
집안으로 들어섰다.
큰누나가 동생들에게 밥을 차려주다 만호를 쳐다보았다. 만호가
씩씩하게 웃었다.
"누야, 핵교 다녀왔다."
큰누나가 힐끗 만호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오늘은 좋은 일이 있었는 갑네. 표정이 밝네."
만호가 씨익 웃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만호는 학교에 가
서 자퇴서를 제출했다.
자퇴서를 제출하는 그 순간까지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어머니
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고,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 만나자는
영은이의 얼굴도 떠올랐다.
벼락같이 화를 낼 큰형과 큰누나의 얼굴도 떠올랐다.
그러나 더 이상 이 방법 말고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다.
만호는 심호흡을 하며 스스로를 달랬다.
'공부는 나중에 해도 돼.'
자퇴서를 제출하고 터덜터덜 학교를 빠져나왔다.
눈물이 찔끔 나왔다.
만호는 학교를 뒤돌아 보았다. 그리고 혼자서 결심했다.
'핵교 다닐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할 끼다. 누구보다 당당하고
떳떳한 사람이 될 끼다.'
씩씩하게 학교를 벗어나는 만호를 푸른 하늘이 배웅을 하는 듯
했다.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만호는 씨익 웃으며 마치 어머니에
게 인사를 하듯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하늘에서 어머니가
내려다보실 것이라 생각하니 절로 힘이 불끈 나며 그 무엇도 두
렵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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