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의 말에 아이들은 일어나 강으로 향했다. 만호와 수철이가
말다툼을 벌이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나 만호와
수철이에게는 서로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서 이것 만큼은 확실하
게 해두고 싶었다.
"똥을 누든 오줌을 누든 한 번 뛰고 가면 될 꺼를 도망갔다
아이가! 니가!"
수철이가 박박 우기며 말했다.
"그라몬 니는 뛰엇나? 니도 바위산에서 슬금슬금 기어왔다 카든
데? 무서워가."
수철이가 버럭 화를 냈다.
"누가 그카드노? 내는 뛰었다! 확실하게 뛰었다!"
수철이가 지지 않고 만호를 노려보며 말했다. 만호는 큰 눈을 더
욱 크게 뜨며 수철이를 쳐다보았다.
"개구락지보다 낮게 뛴 것도 뛴 기가?"
"뭐라? 그라몬 니 내캉 내기 할 끼가?"
수철이가 증명해 보이겠다는 각오를 한 얼굴로 만호를 빤히 쳐다
보며 물었다. 만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여기서 지면 수철이에게
내내 놀림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에 만호는 호기 있게 소리쳤다.
"조테이! 수철이 니, 이번에 지모 딴 소리 없는 기다!"
그 길로 만호와 수철이는 집 뒤의 바위산으로 향했다. 저만치서
게 잡이를 하고 있는 만호의 큰형과 아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 아이들의 그런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절마들 어디 가노?"
"행님! 그냥 놔 두이소. 또 어데가가 한 판 할 모양입니더. 쪼매
있으면 올낍니더."
친구들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큰형은 씩씩거리며
가는 두 녀석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둘이서 바위산
으로 향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큰형이 고함을 질렀다.
"만호야! 니 바위산에 오르면 안 된데이! 아침에 비가 많이 와가
미끄럽단 말이야!"
큰형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두 녀석은 아옹다옹 거리며
논길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만호와 수철이를 바라보던 큰형은 불
안한 마음이 들어 강에서 빠져나와 두 아이들의 뒤를 따라갔다.
만호와 수철이는 바위산으로 향하는 내내 티격태격 말싸움을 했다.
"이번에도 똥 눈다꼬 가쁘리면 니는 사나이도 아인 기다!"
수철이가 다짐을 받듯 윽박질렀다.
만호 역시 지지 않고 소리쳤다.
"개구락지보다 낮게 팔딱거리는 건 뛰는 기 아이다. 제대로 뛰어
야 된데이!"
수철이가 걱정하지 말라는 투로 말했다.
"고마 니 걱정이나 해라!"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만호는 걱정이 앞섰다. 저번에도, 그
저번에도 만호는 한 번도 바위산에서 제대로 뛴 적이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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