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 못봤나?"
허술한 판잣집 지붕 위로 후드득후드득 빗방울이 내리쳤다. 어
젯밤부터 쏟아진 폭우 때문에 만호네 집 바로 옆에 있는 괴정천의
물이 넘쳤다. 온 가족이 서둘러 방에 있던 짐보따리들을 하나씩
들고 잡 밖으로 나왔다.
만호네 집은 개천가 옆에 있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폭우가 내릴
때면 자주 물이 넘쳤다. 그래서 중요한 살림살이들만이라도 지켜
야 했기에 어머니는 여러 개의 보따리를 미리 싸두곤 하셨다. 그
릇이며 냄비 등을 부지런히 밖으로 나르시던 어머니께서 아이들
을 둘러보다 만호를 찾았다. 만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호 짐은 즈 짝에 있뜬데예."
큰누나가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이웃집 사람들도 만호네와 마찬가지로 짐을 옮기느라 모두가 분주
했다. 게다가 계속해서 비가 퍼붓고 있어서 괴정천에는 온갖 물건들
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물건은 여 있는데 와 만호는 안 보이노?"
어머니의 말씀에 온 가족이 만호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큰형이 어머니를 향해서 뻔하다는 투로 말했다.
"글마! 또 어디서 아그들하고 놀겠지예."
그러며서도 모두 만호 찾기에 정신이 없는 그때였다.
역시 만호를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어머니였다.
저만치 개천 물줄기를 따라 개며 돼지며 온갖 살림살이들이 둥
둥 떠내려 오는 그 속에서 즐겁고 신나는 만호의 웃음소리도 함께
떠내려 왔다.
"얏호! 파도타기다!"
만호는 수철이와 함께 커다란 합판을 타고 둥실둥실 떠내려
오고 있었다. 괴정천 주변에는 사람들이 그나마 쓸 만한 물건을
하나라도 더 고르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만호는 그저 물
놀이를 하고 있었다.
"아리고~ 저러다 물에 빠져 떠내려 가뿔면 어쩔라꼬. 저 저...
만호야!"
어머니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만호를 손짓해 불렀다.
"저, 절마!"
큰형도 걱정스럽게 외쳤다. 그 뒤로 큰누나가 주먹을 들이대며
만호를 불러댔다.
"만호 니, 퍼뜩 아 나오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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