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따사로운 햇살 아래 창가에서, 떠날 줄 모르고 앉아 있던 나는,
아내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아이들도 저를 부릅니다.
"아빠!
그러나 예전처럼 아내와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오늘은 당신이 좋아하는 국수 했어예."
"네. 국수 잡수세요. 아빠!"
"그래? 안 그래도 국수 생각이 나던 참이었는데... 잘 되었네."
어릴 때 그렇게 지겹도록 먹어 물리던 음식이 , 이제는 특별식이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셨던 국수만큼이나 맛잇는 저녁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아실까요?
당신의 아들이 앞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국수 한 젓가락도 제대로 먹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아마도 하늘에서 저를 지켜보시며 가슴 아파하고 계실지 모르겠
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분명히 어린 시절 그날처럼, 내색도
하지 않으신 채 희망을 불어넣어 주고 계실 것입니다.
"만호야, 사나이가 그리 눈물을 흘리몬 어데 쓰것노? 안 된다꼬
성만 내고 있지 말고, 해볼라꼬 자꾸만 노력해 보그래이.
이 세상에 노력해서 안되는 일은 없는 기다. 하모. 노력하지 않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제..."
만호는 자신의 눈이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일이었습니다.
살아 가면서 많은 일들을 겪게 되겠지만, 그 수많은 시련들 중에
앞이 보이지 않게 되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
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살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닙
니다.
그래서 다시 일어나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비록 눈으로 세상을 보지는 못하지만, 마음으로 세상을 보자고
말입니다.
2011년 7월 좋은 날
조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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