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에 금이 가 당분간 밖에 나갈 수가 없었던 만호는 한동안
집안에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늘 동네를 뛰며 돌아다니던 만호로
서는 그야말로 몸이 근질거려 미칠 지경이었다.
햇볕은 쨍쨍하고, 하늘은 푸른데 좀처럼 나갈 수 없으니 온몸이
쑤실 지경이었다. 거기다가 깁스를 했기 때문에 자세도 바르지 않
아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매일매
일 수철이가 놀러 집으로 찾아와 준다는 것이었다.
바위산에서 수철이를 구하고 미그러진 일이 있은 이후 수철이는
만호의 말이라면 껌뻑 죽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소문을
냈는지, 그 일이 있은 후, 만호의 별명은<의리의 만호>가 되었다.
수철이는 딱지도 접어다 주고, 아이들에게 딴 구슬도 다섯 개나
만호에게 주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만호네 집보다 사는 형편이 조금 나은 수철
이네 어머니가 떡이며 과일 등을 수시로 만호네 집으로 날랐다.
그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계란도 먹를 수 있었다.
만호는 지금처럼 먹을 것이 많이 생길 수 있다면, 다른 쪽 궁둥
이에 금이 가도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큰누나와 함께 그렇게도
하기 싫은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이 무엇보다 힘든 일이었다.
큰누나는 무조건 하루에 2시간씩 산수 문제와 한글 공부를
시켰다. 만호에게는 그야말로 고문의 수준이다. 한글 책을 읽다
꾸벅꾸벅 졸기라도 할 때면 어김없이 큰누나의 커다란 주먹이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산수 문제를 틀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
때마다 만호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이 눔의 궁딩이뼈는 대체 언제 붙는 기고!"
산수 문제를 풀다 말고 만호는 큰누나를 빤히 보며 말했다.
"누야. 내 궁둥이뼈 다 붙으면, 산수 문제도 끝나는 기가?"
"와?"
만호는 눈치를 보며 우물우물 말했다.
"아이... 한동안 친구들도 못 만나고 했으이까네, 궁둥이뼈 다
붙으믄 나가 쪼매 바빠질 거 같아가..."
바느질을 하던 큰누나는 만호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니 궁딩이뼈 다 붙어도 매일 한 장씩 한글 공부도 하고, 산수
문제도 풀어야 된다."
그 말에 만호의 눈이 더 커지며 큰누나를 향해 외쳤다.
"와? 궁딩이뼈 붙을 때까지만 한다 안 캤나!"
큰누나가 한심스럽다는 얼굴로 만호의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니 학교 안 갈끼가?"
그제서야 만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맞다! 내도 이제 학교에 가야지!'
만호는 마치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처럼 머릿속이 환해졌다.
왜 그걸 생각하지 못했는지, 자신도 놀라울 따름이었다. 만호는
자신이 이제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그 무엇보다 들뜨
고 새로워 괜히 히죽거렸다.
'내도 이제 학교에 간데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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