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께끼를 팔면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
었지만, 2년 후에 검정고시를 본다고 약속까지 한 터라 열심히 공
부할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나름 재미를 붙였다.
오늘은 해가 떨어져 가는데도 하드 통 안의 아이스께끼는 반이
넘게 남아 있고, 큰누나가 풀어보라던 수학문제도 아직 다 풀지
못한 상태였다.
만호는 한숨만 푸욱 내쉬며 골목 어귀에 쭈그리고 앉았다.
'오늘은 아이스께끼 다 팔고 가야 하는데...'
요즈음은 장사가 영 시원치 않았다. 며칠 전에는 반도 팔지 못한
채 하드 통의 아이스께끼를 반납한 경우도 있었다. 그날 사장님은
몹시 화를 내며 만호를 큰소리로 나무랐다.
"욕심만 많아 가가 아이스께끼를 그리 마이 가져가드만, 지대로
팔지도 모나고 이리 그대로 가져오면, 우짜노! 니가 돈으로 물어
줄끼가? 으이?"
퉁퉁한 체격에 털북숭이 사장님은 만호의 하드 통을 열어보고
불같이 화를 내며 만호를 다그쳤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형들은
가져간 아이스께끼를 어찌어찌 다 팔아 오지만, 만호는 매번 조금
씩 남겨오곤 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오늘은 아주 제대로 걸린
것이었다. 만호는 형들이 어떻게 그 많은 아이스께끼를 모두 팔고
오는지 무척이나 궁금하였다.
"다음부터는 니 돈으로라도 물어내야 한데이! 그라고 팔 만큼만
가지가라! 모지라면 또 와서 가지가고!"
만호는 입을 쑤욱 내민 채 고개만 끄덕였다.
골목길에 쭈그리고 앉아 낮은 한숨을 내쉴 때, 저만치서 구두통
을 멘 장길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제 막 극장에서 빠져나왔는지
양 손에 구두를 들고 이쪽으로 달음박질을 치는 중이었다.
장길이는 만호에게 손을 흔들며 아는 체를 했다. 환하게 웃는 것
을 보니, 오늘 벌이가 그래도 괜찮은 모양이다.
"만호 니, 아이스께끼 많이 팔았나?"
만호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이다. 반도 더 남았다. 니는 오늘 잘 했나?" 장길이가 달리다 말고 우뚝 멈춰 만호를 바라본다.
장길이는 전쟁통에 부모, 형제를 모두 잃은 외톨이였다. 어린 나
이에 혼자가 되어서 고아원에 있다가 뛰쳐나와 여기저기 떠돌며
돈을 벌고 있는 아이였다. 만호와는 동갑내기지만 휠씬 더 어른스
러운 장길이는 만호에게 이런저런 노하우를 알려주는 친구였다.
"오늘 낮에 비가 와가 많이 못 판 기가?"
"어. 그래가가 다른 날보다 마이 무겁다 아이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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