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아는 진짜로 좋겠네!"
막내가 만호의 팔에 매달려 부럽다는 듯 쳐다보며 말했다. 만호
가 시내 큰 중국집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말하자 온 가족이 기뻐해
주었다. 특히 막내는 매일 맛잇는 중국음식을 먹을 수 있겠다며
휴일에 자기도 가보면 안 되냐고 투정을 부리기까지 햇다. 그 옆
에 있던 형수가 안쓰러운 얼굴로 만호를 바라보다 눈물을 훔쳤다.
"중국집에서 숙식을 하모, 이제 만호 도련님은 못 오겠네예."
중국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것이 가족들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
긴 했지만 형수는 타지에 나가 생활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안
다는 듯, 연신 눈물을 훔쳤다. 만호는 형수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괘안아예. 출근한다고 오가는 시간 뺏기지 않고, 잘 묵는다 카
데예. 걱정 마이소. 형수님."
"그래도... 변변하게 해주지도 못하고, 그리 타지에 나가서..."
형수가 눈물을 훔치자, 큰형도 먼 산만 바라보며 고개를 들었다.
동생들에게 떨어지는 눈물을 보여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중국집에 일 들어가기로 한 전날 밤, 큰형과 만호는 마당 평상에
앉아 있었다. 형제는 별말 없이 그저 하염없이 달만 쳐다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다가 큰형이 만호의 손을 꼭 잡았다.
만호는 그런 큰형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큰형
의 마음이 느껴졌다. 만호 역시 큰형의 손을 더욱 꼭 맞잡았다. 걱
정하지 말라는 무언의 다짐이었다.
만호가 처음 취직한 중국집은 충무동에 위치한 천순반점이었다.
1층과 2층이 모두 중화요리를 하는 제법 규모가 큰 식당이었다.
괴정분식집에서 일하던 촌놈이 큰 식당에서 일을 하게 되자 설
레고 떨렸다. 게다가 사장님과 주방장, 부주방장인 정씨 아저씨,
홀에서 서빙하는 사람들 중에 몇 명은 중국 사람이었다. 그들은
중국말로 내내 시끄럽게 이야기 했다. 만호는 생소한 분위기에 놀
라고 이렇게 큰 식당이 있다는 것에 또 한번 놀랐다.
정씨 아저씨와 사장님이 몇 마디 말을 주고 받더니 만호에게 주
방에서 일하라고 말해 주었다. 만호는 일곱 명 정도가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는 주방에서 온갖 심부름을 하는 일을 맡았다.
주방장은 여기저기 불판에 불을 모두 피워놓고 홀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바쁘게 오가며 큰소리로 명령했다. 대부분은 중국말로
마치"띵호와 띵호와"하는 것처럼 들렸다.
만호는 자신이 낯선 세계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이 들어서 첫 날
은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몰랐다.
둘째 날부터 만호는 홀에서 들어오는 주문지를 들고, 각 요리 테
이블의 주문지를 주고, 다 된 요리는 주방 맨 앞에 옮기는 일을 맡
았다. 그리고 틈틈이 시간이 나면 양파나 감자를 손질해야 했고,
홀에서 넘어온 그릇들을 씻어내는 일도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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