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딱 한 그릇 분량만큼씩 덜어서 척척 구분해 두었다. 아주
순식간에 면 뽑는 것이 끝났다. 양념을 얹어 손님상에 내가기까지
시간의 반을 덜어낸 것 같았다. 아저씨는 밀렸던 자장면 주문이
다 나가자, 자장면을 세 그릇을 담더니, 만호를 보며 활짝 웃었다.
"손님도 거의 엄고, 내도 이제 식사해도 되것제?"
그러더니 한 그릇을 만호 앞에 내밀며 같이 먹자는 시늉을 했다.
만호 역시 자장면 한 그릇을 들고 그제야 주방을 벗어날 수 있었다.
"아저씨 참말로 고맙습니더! 아저씨 아니었다면 장사 망칠 뻔 했
으예."
아저씨가 능숙하게 자장면을 비벼 앞에 앉은 여자 아이에게 내
밀며 활짝 웃었다.
"많이 묵으라. 소정아. 이 오빠야가 열심히 만든 기다. 그런데
니 혼자서 장사를 하나?"
만호는 자장면을 비비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예. 원래는 주인 아저씨가 있는데예, 요즘 가게를 판다꼬
엄청 바쁘셔가..."
그랬다. 얼마 전 만호가 일하는 분식집 주인 아저씨가 어쩔 수
없이 가게를 팔게 됐다며 만호에게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나이
가 많은 어머니의 병 때문에 가게를 처분하고 시골로 내려가야 한
다는 것이었다. 이제 막 일에 재미를 붙인 만호에게 제일 미안하
다며 아저씨는 한숨을 쉬셨다.
자장면을 먹던 아저씨가 그런 만호를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그러면 니 새로운 일자리는 구했나?"
만호 역시 그게 문제였다.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데, 매일
아저씨 대신 가게를 봐야 했기에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일이 끝나고 집에 갈 때면 가게들이 대부분 닫을 때여서
따로 일자리를 알아보는 게 힘들었던 것이다. 만호는 힘없이 고개
를 저었다.
"아니라예. 여기 정리되모, 그때부터 구해 볼라꼬예."
"내가 보기에 면은 조금 뽑는 거 같더만, 니 내랑 일해 보긋나?"
만호는 깜짝 놀라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작달막한 아저씨는 괴
정초등학교 근방에 사는 정씨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지금은 중화요리집의 부주방장인데 보조를 구한다는 말이었다.
만호는 앞으로 어찌할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월급도 더 많고 숙식
까지 해결되는 중국집에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너무 기뻐 아저씨
께 꾸벅 인사를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호는 정씨 아저
씨가 일하는 시내에 있는 천순반점이라는 커다란 중국집으로 출
근하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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