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는 남해 분이셨는데 만호가 물어보면 무엇이든 알려주었다.
궁금해서 물어보면 재료의 구분부터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상
세하게 설명해 주시고 직접 만들 때는 꼼꼼하게 지도까지 해줬다.
그런 아저씨 덕에 만호는 음식만드는 것에 더 재미가 붙었다.
그날부터 아저씨는 자장면의 면을 뽑을 때마다 아무리 바빠도
만호에게 한 번씩 해보라고 시키셨다. 처음에는 면의 굵기가 다르
고, 밀가루의 반죽이 잘못되어 면이 뚝뚝 끊기는 일이 생겼지만
아저씨는 호탕하게 웃으며 다시 해보라고 어깨까지 두드려 주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갔다. 이제 만호는 아저씨가 잠깐 가게를
비울 때에도 혼자서 능숙하게 자장면의 면도 뽑고 라면도 만들어
내고 찹쌀 도넛도 빨리 만들었다. 그 와중에 붕어빵을 달라는 손
님의 요구도 능숙하게 처리했다.
그날도 아저씨가 일을 보러 나가고 만호 혼자서 가게를 보던 때
였다. 평소 같으면 혼자서도 무리 없이 손님들을 상대했는데 그날
따라 자장면을 달라는 손님들이 계속 밀려들었다. 하나를 만들고
나면 또 한 명이 오고, 두 명에게 자장면을 주고 나면 금방 또 다
른 사람이 자장면을 주문하는 것이었다.
손이 많이 가는 자장면 손님이 한꺼번에 오는 것이 아니라 순차
적으로 들이닥치자, 어느새 만호의 이마에도 구슬땀이 흘러 내렸
다. 자연스레 주문은 밀렸고 김밥이나 라면을 시키는 손님도 있어
서 만호의 손놀림은 더욱 더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가게 안쪽에서 한 아저씨가 여자 아이를 데리고 앉아 자장면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호는 구슬땀을 흘리며 음식을 만드
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저씨가 혼자 바쁜 만호가 안쓰러워 보였는
지, 주방에 있는 만호를 보며 넌지시 물엇다.
"그 자장면, 내가 도와줄까?"
만호의 눈이 커지며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자, 자장면 할 줄 알아예?"
"잘은 못하지만.... 혼자하는 것 보다는 나을 끼다."
만호는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기뻐서 슬쩍 자리를 비켜 주었다.
하다 못해 다른 음식이라도 거들어 준다면 조금 나을 듯싶었기 때
문이었다.
잘은 못한다는 아저씨의 실력은 그야말로 눈이 부실 정도였다.
아저씨에 비하면 만호의 면 뽑는 기술은 애들 소꿉장난 같았다.
밀가루 반죽을 몇 번 도마에서 턱턱 치댄 후, 길게 면을 늘이고 다
시 합치는 과정을 몇 번 거듭한 후에, 아저씨는 길고 탱탱한 면발
을 쑥쑥 뽑아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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