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수를 따라다니는 일을 그만둔 후, 만호는 다시 닥치는 대로 일
을 했다. 무슨 일이든 해서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마침 이불 장사를 하는 동네 아저씨가 조수를 구한다고 해서 한
동안은 이불 장사를 했다. 말이 이불 장사지, 하루 종일 부산에 있
는 여러 시장으로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캐시미어 이불을 파는 일
이었다. 한두 개도 아닌 한 무더기의 캐시미어 이불은 크기도 크
고 엄청 무거워서 항상 낑낑거리며 리어카를 끌어야 했다. 게다가
월급도 그리 많지 않았다.
몇 번 따라다니다가 만호는 힘에 부친다는 핑계를 대고 그 일을
그만두고 이번에는 연탄 나르는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온 몸은
항상 숯검정이가 되었고, 게다가 비나 눈이라도 오면 연탄을 제대
로 운반할 수가 없어 일은 늘 밤늦게까지 이어지곤 했다.
더욱이 연탄을 주문한 집이 산꼭대기에 있는 경우에는 배달하는
시간이 배 이상 걸렸다. 당장 불을 떼야 겨울을 날 수 있기에 매일
매일 주문은 급하게 들어왔고, 일하는 아이들 수는 정해져 있어서
서둘러 연탄을 나르고 다음 집으로 달려가도 배달 늦게 온다고 욕
을 먹곤 했다.
연탄을 나르다 실수를 하여 연탄이 깨지기라도 하면 사장님은
불같이 화를 내며 월급에서 연탄값을 제하기도 했다. 그래서 비나
눈이 많이 온 달은 깨뜨린 연탄의 수가 많았기 때문에 그만큼 월
급도 줄었다.
그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하고 온몸에 숯검정이
칠을 하는데도, 한 달에 보름치의 월급밖에 못 받는 달이 있기도
했다. 만호는 일이 너무 힘들고, 월급을 제대로 쳐주지 않는 사장
님이 미워서 석 달 만에 연탄 나르는 일도 그만 두었다.
몇 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일을 하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빈번해
지자, 만호는 일을 선택함에 있어 좀 더 신중해지고 생각이 많아
졌다.
'무턱대고 일을 해서는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기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므는, 아예 기술을 배우는 일을 해야 된다. 그래야
나중에 가게를 내던지 할 끼라.'
그날도 만호는 집 근처 공원에서 홀로 앉아 곰곰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저만치서 아이들이 손에 달고나를 들고 쪽쪽거리며
지나갔다. 그 모습을 본 만호의 머릿속에는 번갯불처럼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래! 달고나다!'
그 당시 초등학교의 주변에는 너나없이 달고나 장수가 있었다.
설탕을 끓이다 소다를 넣고 부풀려 틀에 부어 칼이나 동물 모양의
틀로 찍어 누른 후에 그것을 모양대로 파낼 수도 있고 들고 먹을
수도 있는 사탕과자였다.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은 재미삼아, 단맛에 꽤 많이 달고나를 사
먹곤 했다. 마땅히 군것질거리가 없다보니 굉장히 인기 있는 군것
질거리였다. 만드는 것 역시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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