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입에 물었던 담배를 던져 버렸다. 그리고 종수를 향해 눈
을 흘기며 다시는 안 핀다는 듯 주먹을 들이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도록 만호와 종수는 하는 일이 없었다. 그런
데도 종수는 하나도 초조해 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어디서
돈이 났는지 만호를 끌고 다니며 밥을 먹였고, 커피를 사주었고,
영화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만호는 점점 불안해졌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만호는 종수에게 물었다.
"도대체 일도 안 하는데 돈이 어디서 나오노? 행님이 주드나?"
"내 안 그랬나. 한번 동생이 되면 의리는 끝까지 지키는 행님이
라꼬. 절대 위신 떨어지게 안 하신다카이. 그 행님은."
"그라모 우리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데?"
"조금 기다려 봐라. 다 때가 있는 기다."
그렇게 말하고 종수는 휘적휘적 어디론가 향해 걸었다. 만호는
한숨을 내쉬다 그런 종수를 따라갔다. 막 골목에 접어 들었을 때,
만호는 우뚝 멈춰 섰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저쪽에서 오는 것이
보였다. 작년 소풍 때 만호에게 거지 자식이라고 놀리던 그 녀석
들이었다. 따라오던 만호가 오지 않자, 종수가 돌아보며 외쳤다.
"모하노. 안 오노?"
종수는 만호를 쳐다보다, 만호의 시선을 따라 마주 오던 아이들
을 바라보았다. 그 녀석들은 뭐가 신이 나는지 깔깔거리며 오는
중이었고, 만호와 종수를 아직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눈치 빠른
종수는 대번에 상황을 짐작하는 듯했다.
"니 저 아들한테 맞은 적 있나?"
만호는 대답도 없이 뚫어지제 그 녀석들을 쳐다보았다. 종수가
옆으로 와 어깨에 손을 턱 얹으며 만호에게 담배하나를 내밀었다.
"일단 물어라."
만호가 고개를 돌려 종수를 쳐다보자 다짜고자 만호의 입에 담
배 하나를 물리더니, 자기도 입에 담배를 물고 저벅저벅 그 녀석
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더니 호기 있게 외쳤다.
"얘들아, 쪼매 이리 온나! 행님 좀 보자."
또래들보다 키가 휜칠하게 큰 종수는 제법 어른스럽게 녀석들
을 불러 세웠다. 녀석들이 주춤거렸다. 종수는 그 앞에서 척하니
담배에 불을 붙여 길게 연기를 뿜었다.
만호가 어슬렁거리며 종수 옆으로 다가갔다.
소풍 때 만호에게 거지 자식이라고 놀리던 녀석들의 눈매가
찌그러졌다.
"너그들이 우리 만호 무시하는 그 아들이가?"
종수는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했다. 땅에 찍 침을 뱉은 채 껄렁껄
렁하게 녀석들 앞으로 나서더니, 맨 앞에 있는 녀석의 머리통을
콕콕 쥐어박으며 눈에 힘을 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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