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온 다방이라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던 만호 앞에 종수
가 엉덩이를 걸치더니 호기롭게 "커피 두 잔이요!"하고 외쳤다.
종수가 씨익 웃었다.
"행님이 배포가 커서 우리한테도 커피를 사 주신다로 안 카나.
묵고 나가 보자."
"그라모 내는 된 기가?"
종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내만 믿으라 안 카드나? 그라고 니, 인자부터 내 말 잘 들어야
한데이. 알긋나?"
만호가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었다. 일이 잘 되려니 이렇게
연결이 되는 구나 싶었다.
생전 처음 먹어본 커피 맛 역시 달달하니 맛이 있었다. 조금 쓴
맛이 났지만 만호는 기분이 좋았다. 어깨가 저절로 으쓱해졌다.
다음날부터 만호는 종수와 함께 시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
나 별달리 하는 일은 없었다. 어슬렁거리며 시장을 왔다갔다 하는
것이 전부였다.
만호는 대체 일은 언제 하는지 궁금할 뿐이었다. 만호는 다방 한
구석에서 여자애와 시시덕거리는 종수에게 다가가 물었다. 종수
는 담배 하나를 입에 문 채 활짝 웃고 있었다.
"종수야. 우리 일은 언제 하는데?"
종수가 손사래를 치며 잠깐만 기다려 보라는 시늉을 했다.
"쪼깨 기다려 봐라. 우째 그리 조바심을 내노."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야 기다리든지 말든 할 거 아이가?"
떠들던 종수가 여자애를 옆에 앉혀 놓고 담배 하나를 빼어
만호에게 내밀며 말했다.
"기다리면 다 때가 온다. 강아지 새끼만치로 촐랑거리지 말고,
니도 사내답게 이거나 한번 피워봐라? 담배 아나?"
만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종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더듬거
리며 대꾸했다.
"담배는... 우리 큰형님도 안 핀다. 댔다!"
"짜슥. 어른들한테 애들이라고 깔보이지 않으려므는 그냥 물고
라도 있어야 한다. 폼 나그로."
주춤거리던 만호는 종수가 내민 담배를 조심스레 입에 물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종수가 불을 붙였다.
"잘하네, 그리 하는 기다."
종수가 옆에서 자꾸만 부추겼다. 글 바람에 만호는 처음으로 담
배를 피워보았다. 담배 연기가 목구멍으로 넘어오자 캑캑 기침이
올라왔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려왔다. 얼굴이 벌게져서 힘
겨워 하는 만호를 보며 종수가 크게 웃었다.
"이거이 다 어른이 되는 과정인 기다. 참아라. 사내자슥이!" 그런 만호를 보며 종수가 기특하다는 듯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만호는 속으로 열이 뻗쳤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 문디 자슥. 이기 뭐이 좋은 기라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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