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공장?"
만호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함께 아이스께끼를 팔
던 형이 만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이 힘들어가 그렇지, 아이스께끼 파는 것보다 훨씬 벌
이가 좋다 안 카나?"
만호가 바짝 다가 앉으며 침을 삼켰다.
"월급도 주는교?"
"하모! 꼬박꼬박 한 달에 한 번씩 나온다 안 카나!"
더 이상 망설이고 말 것도 없었다. 만호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결
심한 듯 말했다.
"할기예! 지가 할기라예!"
만호는 밤낮으로 구두 통과 하드 통을 들고 뛰어도 용돈벌이 정
도밖에 안 되는 장사에 슬슬 재미가 없어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든 닥치는 대로 할 참이었기에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어머니 대신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겠다던 아버지는 사고를 치
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얼마 전에는 사업을 하신다고 며칠
씩 들어오지 않더니, 급기야 친구 분의 꾐에 넘어가 그동안 큰형
이 모아둔 돈을 홀랑 날린 일도 있었다.
만호는 그런 아버지가 미웠지만 큰형은 아무런 내식도 하지 않고
혼자서 한숨만 푹푹 내쉴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큰형에게는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인가, 만호가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가자, 큰형이 수줍게
만호의 옷자락을 잡아 끌었다.
발그레해진 얼굴로 큰형은 부엌에서 무언가 열심히 일하는 어떤
아가씨를 눈짓으로 소개했다.
"만호야. 인사해라. 니 형수 될 분이다."
만호가 큰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고 부엌에서 이제 막 차를 내오
는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긴 머리를 하나로 묶어 봉긋한 이마를 숙이며 웃는 얼굴이 선하고
아름다웠다. 만호는 저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키고 형을 바라보았다.
"행님아, 형수라꼬?"
만호의 큰형인 정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쑥스럽게 웃었다.
가난한 살림에 정호는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아내 될 사람을
데려와 함께 살았다.
그러나 형수는 꼼꼼하고 야무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형이 벌어오는 돈을 착실하게 모아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자며 알뜰살뜰 아끼며 살았다.
만호 역시 그런 형수가 좋았다.
변변한 것도 없는 살림이었지만, 항상 만호가 밖에서 돌아오면 도
련님이라고 부르며 달려와 낮에 챙겨둔 과일이나 군것질거리를 말
없이 챙겨주던 형수이기 때문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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