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호가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만호
역시 오씨 아저씨는 무서웠다. 홀 종업원들이 수시로 그만두는 것
은 모두 오씨 아저씨가 종업원들을 심하게 다루기 때문이란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노무 새끼, 퍼뜩 안 나오나?"
중호가 달달 떨며 만호의 옷을 더욱 끌어 잡았다. 만호가 도와달
라는 얼굴로 정씨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정씨 아저씨가 오씨 아저
씨에게 한마디를 더 얹었다.
"말로 해결하이소. 아덜 때리지 말고."
그 말에 오씨 아저씨는 화가 더 났는지 버럭 소리를 질엇다.
"홀은 홀 나름대로 규칙이 있으니까네, 주방에서 참견하지 마소!
중호, 니 안 나오나? 잡아 끌어내야 나올 끼가!"
훌쩍훌쩍 울음을 매달고 중호가 나섰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
는 소처럼 중호는 절뚝거리며 오씨 아저씨를 따라갔다. 그 뒤를
따르던 창대가 자꾸만 중호의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그 모습을 멀
거니 쳐다보던 만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정씨 아저씨의 말이
만호에게 날아들었다.
"만호 니도 이제 홀 일에 관여하지 말그라. 괜히 말썽 일으키지
말고."
"그캐도 중호, 저마는 주방 일도 한다 아입니꺼!"
정씨 아저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들어올 때 홀 종업원으로 들어왔으니까네. 홀 종업원이라 안
카나. 괜히 싸움 만들지 말고 냅둬라."
"그래도 애를 저리 냅두모..."
"잘못 끼어들모, 괜히 중호 저마만 더 곤란하게 만든다. 모른 척
하고 냅두그라. 괜히 니까지 밉보이면 니도 힘들어질 끼다."
다음날, 만호는 얻어터져 퍼렇게 멍이 든 채 절뚝거리며 배달을
나가는 중호를 보았다. 눈에 시퍼렇게 멍이 들고, 손과 다리에도
여기저기 멍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만호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리 종업원이라고는 하지만 사람을
저 정도까지 때리며 일을 시킨다는 것은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호는 마침 홀에서 컵을 들고 나오는 창대와 마
주쳤다. 외삼촌이 사장님의 먼 친척이라며 유세를 떠는 창대가 꼴
사납기도 했지만, 나쁜 짓은 모두 저지르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에
게 덮어씌우는 행동에 더욱 화가 났다.
만호는 말없이 창대를 쏘아보았다. 창대가 피식 웃으며 만호의 어
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가만히 낮은 목소리로 창대가 읊조렸다.
"니도 조용히 다니그라. 내가 한 번 벼르고 있으니까네."
만호는 부르르 떨리는 주먹을 다잡으며 꾹 눌러 참았다. 정씨 아
저씨 말대로 괜히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러면
그럴수록 중호만 더 괴롭힘을 당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만호가 굳은 얼굴로 주방으로 들어오자 함께 일하던 라면장 형
님이 만호를 쳐다보며 한마디 건넸다.
"창대 저마는 지가 종업원이 아니라 사장인 줄 아는 기라."
"내사 마 더러버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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