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보다 니 입부터 닦그라. 그라고 아직 저녁 준비할라모 멀었
으니까네 좀 쉬라."
빈 자장면 그릇을 들고 돌아서는 만호를 향해 중호는 꾸벅 인사
를 하며 큰소리로 외쳤다.
"고맙습니다! 보조주방장님!!"
만호가 뒤돌아보며 해맑게 웃어주었다. 중호 역시 활짝 웃으며
만호를 바라보았다.
그로부터 며칠이 흘렀다. 한참 저녁 손님을 받기 위해 분주할 때
중호가 주방으로 냅다 달려 들었다.
얼굴 여기저기에 멍 자국이 선명한 채 절뚝거리며 달려왔다. 한
눈에 보기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살, 살려주세요! 행님!"
중호는 만호의 뒤로 숨으며 울먹였다. 만호는 왜 그러냐는 얼굴
로 중호를 바라보았다. 그때 주방으로 홀 종업원인 창대가 달려
들어와 주먹을 들이댔다.
"중호, 니 퍼뜩 안 나오나? 니 직이삔다!"
중호는 덜덜 떨며 만호의 옷자락을 잡고 늘어졌다. 만호는 중호
와 창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뭔 일인데 이리 시끄럽노?"
"주방은 주방 일에나 신경 써라. 홀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창대는 만호와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홀 종업원이었다. 손님들
에게 장제로 팁을 뜯어내려다 혼나기도 여러 번이고, 사고를 일으
켜 사장님에게 혼이 난 적도 많은 아이였다.
창대는 제 분에 못이기는 듯 씩씩대며 중호에게 나오라고 소리
를 치고 있었다.
"도, 도와주세요. 행님...."
만호는 중호를 돌아보며 물엇다.
"와 그러는데?"
"팁, 팁을 자꾸 내놓으라꼬 해서... 없는데..."
만호가 창대를 쏘아보았다. 창대가 버벅거리며 소리쳤다.
"저 자식이 팁 받아가 몽땅 혼자 가진다!"
"안, 안 받았어요. 그런데 매일 팁 내놓으라꼬..., 그동안 사장님
이 준 용돈도 다 줬는데..."
만호는 다시 창대를 바라보았다.
창대는 중호가 거짓말을 해서 열이 받는다는 얼굴로 제 가슴을
치며 와와 소리를 질렀다.
만호가 정씨 아저씨를 바라보며 구원을 요청하듯 말했다. 정씨
아저씨가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 홀 책임자인 오씨 아저씨가 나타
났다. 오씨 아저씨는 창대의 외삼촌 격의 사람이었다. 홀과 주방
의 책임자급들이 서로 쏘아보고 있었다.
만호는 꿀꺽 침을 삼켰다. 정씨 아저씨가 먼저 말을 꺼냈다.
"시끄럽게 하지 말고, 조용히 해결하이소."
오씨 아저씨가 창대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더니 중호를 날카롭
게 쏘아보며 외쳤다.
"니도 이리 온나."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