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깜짝 놀라 고참 형을 바라보았다. 예전에 고참 형도 팁
받는 것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만호는 더욱 놀랐다.
"예?"
"원래 팁은 고참들만 받는 거란 말이다! 니가 왜 팁을 받아! 날
불러야지!"
그제야 만호는 상황파악이 되었다. 팁을 받으려면 자기가 받아
야 하는데 왜 만호가 팁을 받았느냐고 성질을 내는 거였다. 그러
면서 고참 형은 봐준다는 얼굴로 만호를 어르기 시작했다.
"이왕 팁은 받은 거고, 손님은 가 버리셨고! 다음부터는 조심해!
그리고 이팁은 일단 내가 가진다!"
만호는 눈 뜨고 코 베어 간다는 것이 뭔지 그때 경험햇다. 억울
하고 속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만호는 털레털레 홀
직원들이 쉬는 중국집 뒷마당으로 나갔다. 함께 홀을 보던 종숙이
누나가 혀를 끌끌 찼다.
"니는 순진한 기가? 멍청한 기가?"
만호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종숙이 누나를 바라보았다.
"만수 저놈이 팁에 눈독을 들이는 것을 빤히 봤음서, 모할라꼬
거다 대고 자랑질이고? 그냥 받았으면 꿀꺽 해 버리지!"
만호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만날 지만 팁 받고, 팁 받을 정도로 손님들에게 정성 안 들
인다 캐서 그랫지예. 누가 팁을 뺏어가는 줄 알았는교!"
"담부터는 팁 받으몬 내도 모른 척 해라. 순진하게 쪼르르 와서
보여주지 말고! 저 녀석, 여러 아이들한테 팁 몽땅 빼앗는다 안
카드나!"
그 일이 있은 후부터 만호는 팁을 받으면 그냥 조용히 주머니에
넣었다. 가끔 고참 형이 요즘은 팁 안 받느냐고 물어보면, 짐짓 태
연하게 되묻곤 했다.
"행님이 팁은 받지 말라 캐서예, 손님들이 주면 안 된다고 도로
준다 아임니꺼?"
"그, 그래?"
만호는 해맑은 얼굴로 고참 형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고참 형은
안타까운 일이라는 듯 쩝쩝거리며 만호를 향해 말했다.
"그래도 주는 사람의 성의가 있지, 너무 안 받는다 카면 야속타
욕한다. 담부터는 두어 번 거절하다가 그래도 준다 카모 받아라!
알긋나?"
고참 형은 특별히 만호니까 봐준다는 표정으로 큼큼거리며 지나
갔다. 그 뒤에서 만호를 비롯한 종숙이 누나와 몇몇 종업원들이
그런 고참 형을 보며 킥킥거렸다.
고참 형을 제외하고 다른 종업원들은 팁을 받으면 맛있는 군것
질거리를 사와서 함께 나눠 먹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천순반점에서의 생활은 강물처럼 흘러갔다. 만호 역시
이제는 중국집에서의 생활이 서서히 익숙해졌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만호의 마음에는 늘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바로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