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진 음식을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에 탈이 난 것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중국음식에 질리게 된 만호는 한 번씩 집에
갈 때마다 형수가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어서 양껏 먹고올 때가
많았다.
참 이상하게도 밥은 아무리 먹어도 탈이 나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한국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한다고 만호는 형수와 이야기 한
적도 있었다.
천순반점에 온 지 어느새 1년이 되어 가고 있었다.
부주방장이었던 정씨 아저씨는 다른 중국집의 주방장으로 가셨고,
이젠 만호도 주방과 홀을 왔다갔다하며 전체 주문을 조율하는
정도가 되었다.
들고 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주방에서도 주방장과 부주방장
다음으로는 만호가 제일 오래된 사람이었고, 홀에서도 홀 담당자
외에 만호가 제일 높았다.
그래서 그런지, 주방에서도 홀에서도 자주 만호를 찾았다. 만호
는 주방에 꼬맹이 부하가 들어오고 난 다음부터 홀에서 일하는 경
우가 많았다. 홀은 주방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좋았다.
뜨거운 불 옆에서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일하지 않아도 되었고, 가
끔 손님들이 남기고 간 특별 요리를 맛보는 혜택도 주어지기 때문
이었다. 그것도 서열이 있어서 처음에는 만호 역시 맘대로 먹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만호가 아랫사람들을 이끌고 들어가 손님들
이 남기고 간 음식을 순식간에 비워내곤 했다. 그러다 주방장이나
사장님에게 걸리면 혼이 나기도 했지만, 맛있는 음식을 두고 보기
만 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어서 홀 직원들은 몰래몰래 남
긴 음식을 몽땅 먹어치우곤 했다. 홀에서 일하는 것이 좋은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즐
거움이었다.
"고맙습니더! 손님!"
만호는 손님이 내미는 팁을 공손하게 두 손으로 받았다. 2층 특
별석에는 주로 부유한 사람들이 코스 요리를 즐기기 위해 자주
찾았는데, 가끔씩 종업원들에게 팁을 주기도 했다. 2층에서 처음
일하게 되었을 때 만호는 뭣도 모르고 팁을 받은 걸 자랑했다.
"지도 팁 받았으예!"
만호가 자랑스레 홀의 고참에게 손을 쫙 펴보였다. 반짝이는 동
전 몇 개가 만호의 손바닥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만호는 처
음으로 받아본 팁이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해서 활짝 웃
으며 말했다. 그러자 홀의 고참 형이 눈을 누라리며 만호의 팁을
빼앗으며 화를 냈다.
"조만호! 누가 니더러 팁을 받으라고 했나! 그러 건 공손하게 사
양해야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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