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창고 문이 열리며, 정씨 아저씨가 슬그머니 들어왔다. 만호
는 얼른 눈물을 닦고 돌아섰다. 정씨 아저씨가 만호의 옷을 보더
니 옷 한 벌을 꺼내 주었다. 여분으로 가지고 있던 옷이었다.
"중국말을 못 알아들으니 실수가 난 기다. 괘안타. 하다보면 차
차 알게 된다."
만호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눈물을 훔치다 정씨 아저씨를 향해
말했다.
"그란데, 왜 지한테 그러는 겁니꺼?"
정씨 아저씨는 아직도 모르겠냐는 얼굴로 만호를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뭔 말인지도 모르고 일단 잘못했다고 빌었던 기가? 푸하하."
정씨 아저씨가 웃자, 만호 역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럼 어쩝니꺼! 산적만한 덩치로 떡 하니 다가와 와락와락 소리
를 지르는데! 식겁했다 아닙니꺼! 대체 왜 그러는데예?"
"아까 주방장이 요리를 다 만들고 나서 만호 니한테, 좀 있다 내
보내라 캤다. 거기 주문이 여러 사람이라, 다른 요리랑 같이 내보
내라 캤던 건데, 니가 엄청 부지런해가 바로바로 옮겼다 아이가.
누구는 먹고, 누구는 먹는 거 구경만 하면 안 되니까 그런 건데.
평상시에는 홀에서도 조정을 하는데, 오늘은 워낙에 정신이 없어
가, 그냥 테이블로 날라쁘렸다 아이가. 그래가 나머지 요리는 언
제 나요냐고 손님들이 하도 성화를 부리니까네...., 홀에서도 화가
나고, 주방장은 주방장대로 음식을 날름 밖으로 보내니까, 화가
난 기고..."
"예..., 중국말로 떠들어서 뭐라 카는지 몰랐다 아닙니꺼."
"중요한 말은 한두 가지 정도 익히라. 그래야 실수를 안 하는 법
이다."
"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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