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잘 통하지 않아 눈치껏 움직였다. 요리가 다 된 듯하면 만
호는 잽싸게 들어 홀에서 서비스하는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점심
에는 그럭저럭 사고 없이 일을 마쳤다.
그런데 문제는 저녁 손님을 받고 나서 터졌다. 그때도 어김없이
밀려드는 주문 때문에 주방이나 홀이나 정신이 없었다. 만호는 주
방 여기저기를 오가며 재료가 떨어질세라 부주방장과 주방장 앞
에 재료를 올려두었고, 다 만들어진 요리를 들고 홀 서빙대에 올
려두기를 반복했다. 주방장이 만든 요리를 들고 홀 서빙대에 올려
놀았을 때 주방장이 뭐라고 소리를 쳤다.
만호는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몰랐지만 일단 알았다고 고개를 끄
덕거렸다. 그때 부주방장의 요리 역시 끝이 나서 그것도 홀 서빙
대에 올려놓고 홀에서 일하는 아이를 불렀다. 워낙에 바쁜 와중이
라 홀에서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홀 직원이 정신없이 홀 서빙대 위에 놓인 음식을 실어 날랐다.
주방이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을 때 홀 직원이 얼굴을 찡그리며 주
방으로 들어와 소리를 질렀다. 한 손에는 탕수육 접시를 그대로
든 채였다. 그러더니 주방장을 향해 뭐라 소리쳤다. 주방장 역시
지지 않고 뭐라 소리쳤다.
만호는 갑자기 높아진 언성을 들으며 양쪽의 눈치를 살폈다. '뭔
가 요리가 잘못 나갔나 보다'라고 생각할 즈음, 주방장과 홀 직원
의 시선이 동시에 만호 쪽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주방장이 다가와
만호에게 뭐라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쳤다. 만호는 깜짝 놀란 토
끼마냥 멀뚱하게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주방장은 답답해 미치겠
다는 듯이 제 가슴을 팡팡 쳤다.
홀 직원은 탕수육 접시를 주방대에 탁 놓더니 소리를 빽 지르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주방장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그리고는 뭐라고 몇 마디 하던 주방장이 주방대에 놓인 소스를 뒤
집어썼다. 왜 자신에게 이러는지도 모른 채 만호는 그 자리에 우
뚝 서 있었다. 눈물이 찔끔 쏟아졌다.
주방장은 그런 만호를 밀치더니 자기 자리로 돌아가 만호를 향
해 빽하고 소리쳤다. 그 말도 잘 들리지 않았지만, 만호는 일단 창
고로 들어가 옷을 닦았다. 옷에 묻은 탕수육 소스가 떨어질 때마
다 하염없이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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