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되나? 어차피 쟤들도 집에서 어무이, 아부지한테 돈 타
다 쓰는데, 좀 나눠 쓴다고 안 되나? 니나 내처럼 백 날 천 날 표
팔고 하드 통 들고 뛰어다녀도 쟤들 용돈보다 못 한기라. 만호 니는
첨이라 좀 놀랐는 갑다. 괘안타. 내도 이 일 첨에 시작 할 적에 엄청
놀랬는데, 사는 게 뭐 다 그런 거 아이가?"
할 말이 없었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것이라면 모를까, 다
른 사람의 주머니를 털어서 내 배를 불린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
지 않은 일이었다.
만호는 어릴 적 어머니가 하던 말이 떠올랐다. 어린시절 만호가
수철이의 물건을 잠시 빌려와서는 까먹고 돌려주지 않아 수철이
와 싸움이 났을 때였다.
"만호야, 수철이가 빌려주었다 캐도, 다 썼으모 돌려줘야 되는
기다. 만약에 수철이가 잊어버렸다 캐서 그걸 니 것으로 알고 계
속 그리 쓰면, 그거는 훔치는 거랑 다를 바가 엄는 기다. 사람이
왜 사람인 줄 아나? 훔치는 것 부끄러워 하고 제 몸을 써가 제 먹
을 것을 챙겨 그러는 기다. 내 꺼 남의 꺼 구분 없이 힘 센 놈들이
약한 사람들 것을 몽땅 빼앗아 쓰면, 그게 어떻게 사람이고? 짐승
이지. 안 그나?"
"어무이. 내가 깜박 잊어버린 거다. 안 주려고 한 게 아이라....."
"그런데 왜 수철이랑 싸우노? 니가 잘못한 긴데?"
"주려고 했는데, 수철이가 먼저 내보고 사기 쳤다 안 카나? 그래
서 내가 열이 받아가..."
"그런 말이 나오기 전에 다 썼으모 돌려줘야 된다. 그거 남의 물
건이다. 니 물건도 아인데, 왜 안 주고 잊어쁘리노?"
그때부터 만호는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산 물건이 아니면 모두
남의 물건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남의 주머니를 털
어 내 배를 불리다니,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만호는 종수가 쥐어준 돈을 도로 종수에게 내밀며 소리쳤다.
"내는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도둑질은 안 한다. 우리 어무이
캉 그렇게 약속했다. 첨부터 니가 하는 일이 이런 일인 줄 알았으
모, 아예 하지도 않았다. 종수 니도, 이런 일 하지 마라. 쉽게 버는
돈은 쉽게 나가는 법이다. 정신 차리라!"
만호는 뒤도 안 돌아보고 그 자리를 떴다. 며칠 일을 한답시고
종수를 따라다닌 자신이 밉고 또 싫었다.
집으로 돌아온 만호는 오랫동안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다. 쏟
아질 듯 총총 떠있는 별들이 오늘따라 따스하고 뿌듯해 보였다.
비록 며칠 동안 시간을 낭비하긴 했지만, 자신이 세운 원칙을 지키
며 살아간다는 당당함이 만호의 가슴에 별처럼 아로새겨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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