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바짝바짝 마르며 땀이 손바닥에 가득 찼다. 만호는 옷에 손
을 쓰윽 문지르고 진찰실로 들어갔다.
만호의 담당 의사는 지정익 선생님으로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
아 한쪽 다리가 불편한 분이셨다. 선생님도 몸이 불편한지라 아주
꼼꼼하게 환자들을 돌보아주시는 분이셨다.
빨간 빛이 나는 기계로 양쪽 눈을 살피더니 문제의 왼쪽 눈을 오
랫동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 면밀히 보고 난 후, 어
렵게 만호에게 말햇다.
"너무 늦게 오셨군요. 처음 아지랑이가 비칠 때 오셨다면 조금
가능성이라도 있었을 텐데..."
만호는 깜짝 놀라 의사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예? 그라모 이제는 안 된다는 말입니꺼? 선상님!"
의사는 말없이 만호를 바라보았다. 만호는 믿어지지 않았다. 조
금도 아프지 않았고 다소 불편하긴 했지만 앞이 안 보이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흐리긴 하지만 잘 보이는데...'
만호는 '설마 오진이겠지'하는 생각으로 재검진을 부탁했으나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너무 방치하셨어요. 치료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그라모 이제 지는 점점 앞이 안... 안 보이게 된다는 말인교?" "...예."
만호는 그야말로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 같았다. 한줄기 희망이
라도 잡을 생각으로 여수까지 달려왔건만, 절망뿐이었다. 그보다
더 큰 일은 의사의 다음 말이었다.
"현재는 왼쪽 눈만 그렇지만 치료를 게을리 하신다면 오른쪽 눈
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오른쪽 눈이라도 지키려면 서둘러 치료
를 시작해야 합니다."
의사 선생님은 조금 강경한 어조로 서둘러 치료를 시작하라고
했다. 만호는 저절로 땅이 꺼져라 한숨이 나왔다. 그렇지만 여기
서 주저않을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가만히 쉴 수 있을 정도로 만호의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니었기에 주방 일을 계속하며 틈이 나는대로 치료를 받기 시작
했다. 치료를 받고 약을 계속 복용하고 있었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모두가 잠자던 새벽, 만호는 혼자 일어나 눈을
슬며시 떴다. 그리고 깜깜한 어둠을 느꼈다. 드디어 왼쪽 눈이 하
나도 보이지 않게 되었던 것이었다. 정말 청천벽력이란 것이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인가 싶을 정도로 깜깜했다. 한 줄기 빛도 없는
어둠에 놓여 있는 기분이었다. 만호는 저도 모르게 바닥을 더듬거
리며 마음속에 있는 어머니를 불렀다. 두 눈에서 알 수 없는 눈물
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만호는 바닥을 더듬으며 어머니를 큰소리
로 부르며 울부짖었다.
"어무이... 오무이...눈, 눈이... 만호 눈이 안 보여요! 눈이!!
지 눈이 안 보입니더!!!" 흑흑.....
<3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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