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을 새벽마다 열차를 타고 대구에 있는 병원을 찾아가 진료
를 하다 보니 몸이 더 피곤하게 느껴졌다. 때로는 점심시간에 맞
추지 못해 장사에 피해를 주는 것뿐만아니라 멀쩡한 재료를 버리
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만호는 주인 아저씨에게 자
신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중국집을 그만두었다.
고향으로 돌아온 만호는 집과 병원이 가까운 곳에 다시 일자리
를 얻었다. 마침 주방장이 필요한 곳이 있어서 취직은 금방되었
다. 그리고 월급도 조금 올려 받을 수 있었다.
만호는 가족들에게 눈때문에 다시 돌아왔다는 말은 하지도 않
았다. 괜히 걱정을 끼쳐 드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의사들은 하나
같이 좀 쉬라고 충고를 했지만 집안 형편도 그렇고, 병원비도 걱
정이 되어서 쉴 수가 없었다.
다행히 사장님의 배려로 오후 시간을 조절해 안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 덕에 만호는 집중적으로 안과 검진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왼쪽 눈에 아지랑이 피어오르기 시작한 지도
수 개월이 흘렀다.
그러나 눈의 시력은 조금도 나아지지를 않았다. 이제는 한 쪽 눈
으로 보는 것에도 익숙해져서 일에는 차질이 없었지만 만호
는 점차 초조해지고 있었다. 이러다 정말 한쪽 눈이 잘못되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실보다 더
가늘게 느껴졌던 아지랑이가 점점 굵어지고 많아진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뜬 만호는 깜짝 놀라 눈을 여러 차례
껌벅거렸다.
'아지랑이 정도가 아니네, 한쪽이 까맣게 변하는 게 뭐지?
내 눈이 왜 이렇지?'
자신의 눈에 놀란 만호가 연신 눈을 비비고 다시 떠 바라보
아도 점차 검은 구멍이 커지는 느낌이었다. 만호는 여수에 유
명한 안과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하루 휴가를 내 여수로 달려갔다.
대기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시장통처럼 북적대는 안과는 모두 안대를 하거나 유난히
눈을 껌벅거리며 종종걸음을 치는 환자들이 대다수였다.
만호는 초조한 얼굴로 대기실에 앉아 의자만 톡톡 치고 있었다.
혹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점점 만호를 엄습해 왔다.
드디어 만호 차례가 되었다.
만호는 자기도 모르게 꿀꺽 침이 넘어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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